[일상스케치] CES 2017 DAY #2

미국 시간 2017.01.05 08:00 am - 2017.01.05 21:00 pm

잠에서 가장 먼저 깬 것은 S였다. 전날 다른 일행들이 8시 즈음 일어나서 준비를 하자는 얘기를 곧이 곧대로 믿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아침으로 라면을 준비했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그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기에 그 라면은 변기가 모두 먹어치웠다. 그녀는 단톡방에 푹 주무시라는 이야기를 올리고는 본인도 다시 잠을 청했다.

Y가 잠에서 깬 시간은 9시였다. 화장실을 갔다와서 S의 메시지를 본 Y는 다시 잠에 들었다. 일행이 실제로 일어난 시간은 10시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아침을 먹을지를 잠시 고민하다 K가 배고픈 사람이 없으면 그냥 커피나 먹자는 이야기를 했다. 자연스럽게 근처 스타벅스로 이동했다. K가 앱으로 주문을 받았다. Y가 먼저 아메리카노를 불렀고, J도 그걸 먹겠다고 했고, T도 동참했다. S는 라떼를 선택했다. K는 라떼가 어느 메뉴에 있냐며 운전 중이던 T에게 물었고 T는 몇 가지 추측성 답을 했다. 어렵게 메뉴를 찾은 K는 라떼를 시키고 본인의 아메리카노도 추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문은 큰 의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간 스타벅스는 드라이브 스루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앱 주문은 무시하고 드라이브 스루로 주문했다. 최종적으로 T가 주문한 메뉴는 아메리카노 셋, 라떼 둘이었다. T의 속마음을 조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T가 원래 베가스는 주차가 무료였는데 최근 변경되어서 MGM 계열은 주차료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MGM계열이 아닌 플라밍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모노레일을 타자고 K에게 묻는다. K는 그러라고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모노레일을 타러 가는 사이 잠시 길을 헤맸다. T가 호텔 가드에게 물어서 정확한 방향을 알아낸다. 모노레일에 도착해 일행 모두 2일치 모노레일 프리패스를 끊었다. 베가스 모노레일 정거장은 몇 개 없었다. 그들은 2정거장 다음에 있는 컨벤션 센터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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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CES 2017 입구, 사람 진짜 많음

센터에 내려서 CES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며 서 있었다. J가 CES에 참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국에 있던 M도 합류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둘은 CES 입구에서 보기로 했다. M이 도착하지 않아 J의 일행은 적지 않은 시간을 입구에서 보냈다. 한참 후에 M이 도착했고 일행은 모두 M과 인사했다. J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M을 처음 보는 자리였다. Y는 J에게서 M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지만 실제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CES 입구에서는 표와 짐을 검사하고 있었다. 총기 소지가 자유로는 미국은 대부분의 전시회 입구에서 가방 검사를 한다. 폭탄이나 총같은 것들이 있는지 체크하는 것 같다. 하지만 대체로 형식적인 검사다. 가방 검사를 하던 사이 Y는 잠시 일행과 떨어졌다. 다른 일행은 모두 먼저 검사하고 입구에 들어간 상태였고 Y는 늦게 들어갔다. 약간 헤대마 일행이 모여있는 곳이 합류했다. 그쪽 입구에 가장 먼저 위치한 것은 LG 부스였다. LG 부스인만큼 사람이 정말 많았다. 자연스럽게 일행은 둘로 쪼개졌다. K와 T는 K의 관심사가 있는 곳으로 같이 이동했고, J, M, Y, S는 붙어서 LG관 구경을 시작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사람들이 TV 앞에서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선정된 그 초박형 TV였다. 어찌나 얇은지 아크릴판에 붙여 놓았는데 진짜 거짓말 좀 많이 보태서 껌딱지 두께 수준이었다. S가 대단한 것을 발견한 것처럼 소리친다. 와 이거 진짜 얇아요. 정말 소리칠만큼 얇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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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우리가 낚인 보쉬 솜사탕 로봇. 솜사탕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준다.

그렇게 JYMS 일행은 노스관가 센터관을 쭉 훓어 보기 시작했다. 삼성 부스도 구경을 했다. J는 작년에 왔었기에 올해도 LG가 이긴 거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일행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어처구니 없게도 보쉬의 로봇이 있는 코너였다. 가정용 로봇은 아니고 산업용 로봇이었다. 보쉬의 전략에 낚인 것일 수도 있었다. 처음 그들이 본 로봇은 솜사탕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솜사탕이 나온다는게 신기해서 쳐다보다 로봇이 만든다는 것에 더 놀라웠다. 그러고 이동을 하려고 했으나 마지막 즈음에 주문을 받아서 커피를 타주는 로봇에 재차 낚였다. 거기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S는 직접 주문을 하기도 했다. 주문하는 곳에 이름을 적고 완료 버튼을 누르면 로봇이 컵을 가져와 서 프린터 앞에서 주문자가 쓴 이름을 프린트하고 커피 머신의 커피가 내려오는 곳에 놓았다. 그리고는 머신으로 커피가 내려오도록 한 다음 다 내려오면 그 컵을 옆에 있는 완료 지점에 위치 시켰다. 그러면 사람이 그 컵을 다시 구경꾼이 있는 테이블위이 올려주면 주문한 사람이 찾아가는 그런 구조였다. 그 산업용 로봇의 핵심 기능 중에 하나로 보쉬는 인간과의 자연스러운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 했기에 사람을 억지로 끼워 넣은 것처럼 보였다. 실상 그 로봇은 사람 없이도 주문자가 있는 테이블에 컵을 가져다 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로 그러하듯 JYMS 일행은 모두 일자리가 없어지는 우울한 미래를 상상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의 아이들은 어떤 세상에 살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머지 것들을 구경했다.

그렇게 JYMS 일행은 노스와 센터에 있는 부스를 모두 구경했다. 밖에서 담배를 피우며 버스 정류장에 잠시 앉았다. KT 일행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라인을 보낸다. KT는 벌써 사우스 관이라고 했다. J는 그것도 오늘 보면 내일은 할 것이 없기에 내일 사우스 관을 보자고 했다. YMS도 그러자고 한다. JYMS 일행이 정류장에 앉아서 각자 핸드폰을 하면서 기다리길 한참. KT 일행이 도착했다. 이후 모두 모노레일을 타러 이동했다. M이 표가 없었기에 M이 표 끊기를 기다려 모노레일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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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 쉑쉑 버거 입구. 뉴욕꺼라고 뉴욕뉴욕에 있다.

베가스가 처음이 Y와 S를 위해서 메인 스트리트 구경을 하기로 했다. 아침을 먹지 않아 출출한 일행은 점심으로 쉑쉑 버거를 먹기로 했다. MGM 역에서 내려 뉴욕뉴욕으로 걸어갔다. 가는 중간 중간 베가스에 관한 것들이 나오면 K가 설명을 해줬다. MGM의 카지노를 지날 때 J가 사람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M은 그것도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오래된 곳보다는 새로운 곳으로 많이 가서 그런 것 같다는 답변을 한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쉑쉑버거 앞까지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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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4. 우리가 주문한 버거. 쫀득한게 맛있었다.

T가 주문을 받았다. 잘 몰라서 모두 K가 추천해 주는 메뉴로 통일해서 먹는다. M이 음료로 스트로베리 쉐이크를 시킨다. 그걸 들은 다른 사람도 콜라가 아닌 쉐이크를 시키자 T가 걱정하며 말린다. 엄청 달아서 별로 입에 안 맞을 수 있으니 하나씩 시켜 맛만 보라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후 메뉴가 나왔을 때 Y는 감탄했다. T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트로베리는 지나치게 달았다. 한모금 이상 마시기가 어려웠다. T와 같은 잔을 먹는 K도 마찬가지였다. K는 미국 애들은 여기 감자튀김을 찍어 먹는다고 그렇게 먹자고 했다. 그렇게 먹어도 달았다. 결국 Y와 K는 쉐이크를 거의 다 버렸다.

쉑쉑버거를 먹으면서 어쩌다가 M이 세금 이야기를 꺼냈고 대체로 K와 Y는 관심이 많은 주제였기에 집중해서 이야기가 이어졌다. K는 한국 회사에 근무하지만 미국에서 일하는 관계로 세금을 두 군데에 모두 내고 있다고 한다. 조세 협정이 맺어져서 미국에는 한국에 낸 세금을 제하고 나머지 세금만 낸다고 한다. M이 꺼낸 이야기는 양도 소득세에 대한 근로 소득세 이중 과세에 관한 이야기다. K는 그건 이치에 합당하지 않다는 말을 한다. 왜냐하면 이중 과세가 되기 때문이란다. M은 배당도 똑같이 이중 과세라며 국세청에서 관리하는 리스트에 올라가면 일단 세금을 물리고 그걸 나중에 개인에게 소명하라고 이야기 한다는 말을 한다. 실제로 자기 친구가 그렇게 당했다는 이야기를 붙인다. K 또한 다른 이유로 국세청에 가서 소명한 적은 있지만 지금까지 양도세와 근소세의 이중 과세를 당해서 간 적은 없다고 주장한다. 중간 중간에 최대 주주 및 비상장 법인에 대한 양도세 강화 등이 나왔고 Y는 네이버에 그런 것들을 찾아본다. K가 결과가 어떻게 되었냐고 Y에게 묻는다. Y는 K 말도 일부 맞고 M 말도 일부 맞는 것 같다는 답을 한다. 이중 과세 부분은 K의 말이 맞았고, 최대 주주 및 양도세 강화와 관련된 주장은 M의 말이 맞았다. S와 T는 딴나라 이야기를 듣는 듯한 표정이다.

K는 세금을 지나치게 걷는 것은 나쁘다는 주장을 피력한다. 그러면 누가 사업을 하겠냐는 이야기다. 상당수 비상장 법인에 대한 투자 및 인수 합병에 세금이 많은 걸림돌이 된다는 이야기를 붙인다. 요는 세금이 투자 및 인수 비용을 상향 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정 크기가 넘어가면 투자자와 피투자자 인수자와 피인수자 상호 간에 딜을 방해하는 허들 작용을 한다는 것이었다. Y는 그런 경험은 없었지만 K의 말도 일리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모두가 각자의 입장에 맞는 주장을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서는 데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는 말처럼 말이다.

쉑쉑버거는 맛있었다. 치즈는 쫀득쫀득했고, 패티는 부드러웠다. 굉장히 단촐한 햄버거인데 맛있었다. Y에게 약간 느끼하긴 했지만 버거가 크기 않아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쉑쉑 버거를 처음 먹어보는 J와 S도 대체로 맛에 만족했다.

M이 아리아 호텔에 아마존 부스가 있다는 이야기를 해서 일행은 그쪽 부스를 구경하러 아리아 호텔로 출발했다. 쉑쉑 버거에 들어갈때는 환했지만 나올 때는 약간씩 해가 지고 있었다. 보안 검사를 마치고 아마존 부스를 찾아 갔다. 하지만 거기엔 일행이 기대한 것은 없었다. B2B 관이었기 때문이다. 전시는 거의 없었고 B2B 룸만 잔뜩 있었다. 실망한 일행은 호텔을 나왔다. 드디어 밤이 됐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베가스는 이제 시작이었다. 낮보다 밤이 훨씬 화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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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5. 벨라지오 호텔. 이 거대한 분수에서 분수쇼가 펼쳐지려 했으나 바람 관계상 ㅠㅜ~

일행은 벨라지오 호텔에서 하는 분수쇼를 보러 출발했다. 가는 길에 있는 메인스트리트에 대한 설명을 K가 해주었다. Y는 이제야 베가스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그 베가스가 이제야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행이 벨라지오 앞에 도착한 것은 분수쇼를 하기 15분쯤 전이이었다. 정각이 되면 분수쇼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는 쌀쌀했지만 멋진 분수가 나타나길 일행은 기다렸다. 그사이 다스베이더가 나타났고 S는 그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곤 1달러를 그에게 건냈다. 사진은 광속으로 찍었지만 가방에서 돈을 찾지 못해 다스베이더가 한참을 기다렸다. 급기야 헬맷을 벗기까지, Y가 대신 주러 다가갈 즈음 S는 가방에서 돈을 찾아서 그에게 주었다.

정각이 다 되갈 즈음 레이디스 앤 젠틀맨이라며 방송이 나왔다. J는 자연스레 이제 시작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고, Y도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사실 방송 내용은 너무 작았고 잘 들리진 않았다. 하지만 정각이 지나도 분수는 없었다. 일행은 포풍 검색을 했고, S가 바람 불면 안 하는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5분 정도 더 기다려도 분수가 나오지 않아 일행은 포기하고 베가스 메인 스트리트를 걷기 시작했다. 우리의 구글 역할을 한 T가 화장실을 가고 없었다. 나중에 T가 전화를 해서 확인을 했는데 바람이 불어 취소된 것이 맞다고 했다.

베가스의 호텔은 모두 각각의 특징이 있다. 파리를 테마로 한 호텔, 뉴욕을 테마로 한 호텔, 베니스를 테마로 한 호텔 같은 식이다. 괜찮은 생각 같았다. 한참을 길을 걸으며 내려갈 때 J가 허름한 숙소 한 곳을 가르키며 저기 2001년에 놀러왔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때와 지금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그 숙소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J는 아련한 생각에 잠시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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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6. 베네치안 호텔. 밖은 밤이지만 여긴 하늘이 별도 구현되어 있다. 곤돌라까지, 서프라이즈.

그렇게 구경을 하면서 하염없이 걷는다. T는 한국 사람들이 베가스를 처음 오면 명동이랑 비슷하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Y는 속으로 명동이라기엔 사람이 너무 없는데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코너를 돌자 그 생각은 없어졌다. 사람들이 물밀듯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일행이 미자막으로 도착한 곳은 베네치안 호텔이었다. 앞서도 말한 것과 같이 그곳은 베니스를 옮겨둔 곳이었다. Y는 처음 들어갈 때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깜깜한 밤길을 걷다가 실내로 들어갔는데 갑자기 대낮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낮이 환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냥 아침이 된듯한 느낌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천정에다 하늘 그림을 자연스럽게 그린 다음 불을 켜 두어서 그런 착시를 일으키는 것이었다. Y는 정말 신박하다는 생각을 한다. 물길이 있고 곤돌라가 있다. 진짜 베니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너무 걸어서 모두가 피곤했다. 모두 앉을 곳을 찾았지만 마땅치 않았다. 그러다 T가 푸드코트 같은 곳을 발견했고 음료수를 시켜 모두가 앉았다. 바로 옆이 카지노였다. 이후 일정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어디를 갈거냐 이곳 저곳 전화를 해서 예약이 되는지를 묻는다. 당첨된 곳은 일식집이었다. 21시에 예약이 된다고 했다. 아직 두시간 가량 남은 시간이다. 피곤했지만 또 심심하기도 했다. J는 카지노에서 시간을 떼우다 가자는 이야기를 한다. 일행은 그러기로 한다. 하지만 K는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결국 K와 S는 밖으로 나가 바람을 쏘이기로 하고 T는 플라밍고에서 차를 찾아서 이쪽 호텔 입구로 가져오기로 한다. JYM만 남아서 카지노를 구경한다. 이곳저곳 구경을 하는데 대부분 싸지 않다. 블랙잭은 대체로 25불씩이다. 섣불리 하기엔 비싼 금액. 1불짜리 슬롯머신을 J가 잠깐 했지만 진짜 금방 끝이 난다. JYM은 룰렛 옆에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구경한다. 사실 JYM 모두 대체로 처음이라 카지노를 아는 사람이 없다. 그래도 룰렛은 워낙 간단해서 옆에서 보자 대체로 룰이 이해가 된다. 구경하는 테이블은 혼자서 플레이 하고 있었는데 Y가 보기에 그 전략은 수학적으로 상당히 합당한 전략 같아 보였다. 플레이어는 따기도 하고 잃기도 했지만 혼자서 오랜 시간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카지노를 구경하니 시간은 금방 간다. 결국 JYM은 그날 카지노를 하지는 못하고 구경만 하다 밖으로 나간다. S가 했냐고 묻는다. Y는 케이스 스터디를 하고 왔다고 너스레를 떤다. K는 호텔 입구에서 큰 기업 회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두 번 봤다며 한국의 의전 문제를 이야기 한다. 저런 문화는 좋지 않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그나마 IT 업계는 그런 것은 덜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Y는 IT 업계도 실상 조금만 커지면 똑같지 않냐는 반론을 이야기 해본다. M은 오늘 근처에 현대 정의선 부회장이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을 한다.

미국 시간 2017.01.05 21:00 pm - 2017.01.06 05:00 am

T가 플라밍고에서 차를 가지고 일행이 기다리는 호텔 입구로 오고 있었다. 거의 비슷한 시간에 도착해서 JYM은 많이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차를 탈 수 있었다. 도착한 곳은 이자카야 분위기의 일식집. 어제 먹었던 A18 보다는 훨씬 좋다. 서빙을 하는 아가씨가 한국말을 참 잘한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 가서는 또 유창한 일본어로 주문을 받는다. 일행은 서빙 하는 친구가 3개국어를 한다며 여러가지 추측을 쏟아낸다. 결국 물어서 알게 된 사실은 한국 사람이고 근처 간호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안주도 괜찮았고 술도 나쁘지 않다. 술자리가 길어지기에 금상첨화인 상황.

분위기가 무르익을즈음 M이 핵폭탄 화두를 던진다. 한국의 회사 운영 시스템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다보니 또 어제처럼 M은 공격하고 K는 수비하는 입장이 된다. M의 주된 논지는 한국 회사는 너무 대표 독단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대표를 견제할 시스템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나 중소 회사의 경우 대표가 최대주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회사의 경우에는 이사회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운영되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K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수비한다. 자신은 공정하다, 그렇게 운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M이 그냥 돌직구를 날린다. 그래서 그 회사의 대표는 누가 견제할 수 있어요? K의 말문이 막힌다. Y가 대신 대답한다. 없죠.

K는 자신의 회사 사람들은 대표 의견에 반대하는 것이 있으면 직설적으로 말한다는 이야기를 여러차례 근거로 들었다. 그말에 Y가 M을 거든다. 그래도 결국 진짜 중요한 결정은 다 대표님 생각대로 되는 것 아니냐는 대답이다. K도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M은 그게 문제라며 공격을 이어 간다. 이번엔 반대로 Y가 K를 도와준다. 미국 또한 이사회가 오염되면 똑같다는 이야기였다. 결국은 정치 문제로 귀결된다는 말이다. 이사회가 존재하지만 이상하게 운영되는 미국 회사들의 예는 수도 없이 많다며 콕 찝어 보자면 회사가 적자가 나도 대규모 인센티브를 받는 CEO들을 지적한다. M도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고 시인한다. 하지만 견제 세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Y는 소규모의 경우는 합의에 낭비하는 시간 보다는 빠른 결정을 통한 효율 추구가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맞불었다. 실제로 그도 창업 초기에 그런 경험을 했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길게 길게 무럭 무럭 이어졌다. 안주도 좋았고 술도 좋았기 때문이다. T와 S는 많이 힘들어 하는 분위기다. 재밌는 주제도 아니고 그들이 거들 말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리라. 2시까지 하는 가게가 거의 마칠 즈음에 그들은 나왔다. T는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M이 묵고 있는 호텔에 그를 데려다주고 나머지 일행은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하니 거의 3시가 다 된 시각. 정말 늦었고 술도 취했다. 하지만 K는 아직 끝이 아니었다. S를 두고 JYKT는 한잔 더 하기 위해 베가스로 우버를 타고 나왔다. K는 진짜 베가스의 밤은 지금부터라며 호기롭게 말했다. 모두가 피곤했지만 K를 말릴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그들은 베가스의 가장 화려한 곳으로 출동해서 베가스의 밤을 즐겼다. 다시 집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5시였다. Y는 속이 쓰려 컵라면에 햇반을 하나 먹고 잠들었다. 나머지 일행은 광속으로 셧다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