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케치] CES 2017 DAY #1

미국 시간 2017.01.04 09:30 am - 2017.01.04 12:00 pm

LA 공항에 도착했다. 베가스행 비행기를 갈아타는데 셋에게 허락된 시간은 한시간 남짓이다. 그마저도 J가 랜덤 체크에 걸리는 바람에 티케팅까지 해야하는 상황. 비행기에서 거의 다섯 손가락에 꼽힐만큼 빨리 내려서는 "Express Connection" 이라고 적힌 종이를 받아들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급행이라 그런지 입국 심사는 간단하게 넘어갔다. S가 조금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미국 입국 심사보다는 간소했다. 짐들도 일등석 태그가 붙어 있어서 먼저 나왔다. 대한항공 티켓팅 직원이 환승 시간이 짧다고 발휘한 센스였다. 다시 달리기 시작. 세관 신고도 급행으로 하고 갸방을 다시 베가스행으로 보내고 델타 항공이 있는 게이트로 달리기 시작했다. J와 Y가 앞서고 S는 힘들게 쫓아온다. 델타가 있는 게이트는 5번 달려도 달려도 나오질 않는다. 4번이 무지 길다. Y는 잠시 이거 원래 뛰는게 아니라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즘에 5번 게이트가 나왔다. 셋 모두 잽싸게 올라가서 티켓팅을 했다. 출력하고 다시 검색대 앞. 미국이라 그런지 보안 검사가 까다롭다. Y는 신발을 신고 있다가 지적질을 받았다. 짐을 검색대 안으로 넣지 않는다는 지적을 또 한 번 받는다. Y는 속으로 까탈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검색대를 통과해 이제는 조금 여유롭게 걸어서 게이트 앞에 섰다. 그리고는 긴 줄 끝에 비행기에 올랐다. 셋 모두 안도했다. J는 50분에 이게 가능하네라며 허탈 웃음을 짓는다. 그리곤 이내 J, S, Y 모두 깊은 꿈나라로 빠져든다. 한시간 조금 넘는 비행 시간 동안 셋 모두 기절했다.

미국 시간 2017.01.04 13:00 pm - 2017.01.05 03:3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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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베가스 공항의 첫 장면, 벌써 카지노 머신들이 즐비하다.

비행기 소리에 Y가 깬다. 그래도 한숨 붙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즈음 비행기가 베가스 공항에 도착했다. Y가 공항에 내린 첫 느낌은 여기가 베가스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공항에는 벌써 슬롯 머신들이 즐비했다. 웰컴 투 라스베가스라는 푯말을 지나 가방을 찾으러 간다. 가방이 나오는 곳에 도착했을 때 가방은 모두 나와 있는 상태. 가방을 찾자 J가 예매한 CES 티켓을 공항에서 찾아가면 된다며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줄을 가리킨다. 셋 모두 거기 줄을 섰다. 줄은 길었고, 티켓 발매 직원은 한 명이었다. 시간이 제법 걸렸다. J는 작년은 이렇지 않았다며 올해 사람이 많이 온 것 같다는 얘기를 건낸다. Y와 S는 아직도 어리둥절한 상태라서 그러려니 하고 있다. 한참을 기다려서는 셋 모두 티켓을 받고 공항을 빠져 나왔다. 담배 피는 곳에서 J는 담배를 태우고 Y와 S는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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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CES 2017 티켓

J가 라인으로 합류하기로 한 다른 일행의 위치를 점검한다. K와 T가 LA에서 베가스로 셋을 마중나오기로 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담배를 달아서 몇 개비를 피웠을 때 K와 T가 도착했다. 그들도 CES 티케팅을 위해 기다려야 했다. 20분 넘게 걸렸다. 밖에서 담배를 피우며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를 이야기를 한다. K가 곰탕이 좋다며 이조곰탕으로 가자고 했다. 모두 그러자고 한다. CES 티켓을 끊고 K와 T가 타고온 차를 이용해서 곰탕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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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 베가스 곰탕 맛집, 이조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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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4. 이조곰탕에서의 거한 점심

이조곰탕, 베가스에서 나름 잘하는 집이다. 벌써 주차장은 가득 차고 웨이팅 종이는 모두 써서 더 적을 공간이 없었다. Y가 함께한 일행 보다 먼저 온 일행이 있다. 얘기하는 폼새가 삼성전자 직원 같았다. 그걸 모르고 늦게 온 K가 담배를 태우며 작년 CES와 올해 CES를 예상하며 올해도 LG가 이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내 대기하는 사람들이 삼성 직원이라는 것을 알고는 조용해졌다. K의 팀이 늦게 왔지만 삼성 일행은 인원이 훨씬 많아 K팀 일행이 먼저 들어간다. 도가니 셋, 살코기 하나, 섞어 하나를 시킨다. 불고기 안주에 소맥으로 낮술이 시작된다. 그렇게 거하게 먹고는 에어비밴비로 예약한 집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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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5.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집. 헤니의 그 집이랑 흡사하다.

집에 짐을 풀고 잠시 집 구경을 했다. 다니엘 헤니가 사는 그런 일반적인 미국 집이다. 이층 집으로 방이 5개, 화장실 3개, 뒷마당에 수영장이 있는 그런 집. 대충 집의 상태가 파악될즈음 T와 S는 생필품을 사러 마트에 갔다. 출장 막내의 삶은 그렇게 피곤하다. Y는 그사이 배정받은 방에서 쓰러졌다. 한시간쯤 잤을까? 북적거리는 소리에 Y가 잠을 깨고는 내려간다. K가 새로산 블루투스 오디오를 자랑한다. 삼성이 인수한 하만카돈의 제품이라며 저렇게 조그마한 스피커에서 이렇게 웅장한 소리가 난다고 너스레를 떤다. Y가 생각해도 소리가 빵빵하긴 했다. 잠시 음악을 들으며 마트에서 사온 짐 정리를 대충 마칠때쯤 우버X를 불러서 저녁을 먹으로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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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6. 첫 저녁 A18, 절대 피하길…​

T가 찾은 집은 A18이라는 치킨 집이었다. A18을 보는 순간 T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웃기다는 생각을 했다. T는 18이 에이틴으로 보이는 영어가 더 편한 교포였기 때문에 솔직히 무슨 말들을 하는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잠시 바람을 쏘이고 가게로 올라갔다. 치맥으로 시작한다. 시키는 메뉴마다 양은 어마어마 했다. 하지만 맛은 그닥이었다. 한국식 영계 치킨에 익숙한 이들에게 다자란 노계로 만든 듯한 치킨은 살이 퍽퍽하고 맛이 별로였다. T도 그런 표정이다. 그나마 그 사이 섞여있는 감자 튀김이 제일 괜찮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안타깝게도 맥주 또한 별로였다. 김빠진 맥주는 정말이지 그들을 좌절시키기에 충분했다. 이것저것 바꿔가며 시켜봤지만 모든 맥주가 맛이 형편 없었다. 화제는 S의 연애사였다. 유부남 셋이서 S의 연애사에 관한 이야기를 한마디씩 거드니 이야기가 끝이없이 이어진다. Y는 속으로 남녀의 차이는 정말이지 시대와 나이와 성별과 인종을 막론하고 통하는 주제라는 생각을 했다.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무렵 J가 라인으로 연락하던 B가 합류했다. 혼자가 아이었다. G가 함께왔다.

G는 나름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이기에 Y는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비유를 들자면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연예인이 온 것과 비슷한 상황. Y는 G에 관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하나 들어서 알고 있었고, 과거 술자리 안주로 그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G가 어떤 사람인지 더욱 궁금했다. 그런데 G는 Y가 생각한 것과는 다소 상반된 사람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재미난 사람이었다.

베가스 답게 G가 처음 한 얘기는 겜블링이었다. 안타깝게도 G와 B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인 Y의 일행 중에는 도박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대체로 명절 고스톱 정도 치는 사람들이었다. K는 심지어 그마저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름 뼈대 있는 집안의 자손인 그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의 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 하나가 도박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여튼 그렇게 도박에는 하등 관심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G는 구구절절 도박 예찬론을 늘어놨다. G의 논지는 이랬다.

일단 카지노의 슬롯 머신 룰렛 따위는 겜블이 아니다. 그건 그저 돈을 카지노에 가져다 바치는 행위다. 그가 겜블이라고 말하는 것은 포커와 블랙잭이었다. 일종의 마인드 스포츠로써 어느 정도 실력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 게임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포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기업가는 반드시 겜블링을 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흥망성쇠를 간접적으로 짧은 시간에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포커를 하면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견디는 방법, 또 상황이 좋을 때 자만하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그리고 특히나 포커를 하면서 한없이 패가 계속 좋지 않아서 하염없이 돈을 잃으면서 이 상황이 언제 끝날까, 라는 생각을 하며 게임을 할 때. 그때 그는 가장 많이 배웠다고 했다. 그 상황을 견뎌 내는 것이 사업에서 좋지 않은 상황이 계속 이어질 때 견뎌내는 것과 같다는 지론이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꼭 겜블을 해볼 것을 권했다.

겜블 이야기 다음은 연예인 이야기가 이어졌다. Y가 바라본 G는 정말 신기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바쁘고 시간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이 알고 봤더니 아이돌 전문가였기 때문이었다. 뒤쪽 스크린에 나오는 아이돌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정말이지 신기했다. 그리고 드라마 이야기가 이어졌다. 역시 줄줄꿰고 있는 G. 그 자리에 있던 어린 친구들보다 훨씬 더 많은 연예인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이어지던 가십 이야기가 끝나고 CES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 VR 이야기가 테이블에 올라왔다. G는 요즘 사업들이 모두 초거대기업들의 문샷 배틀을 제외하고는 돈이 될만한 사업 아이템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VR 또한 그런 것 중에 하나라는 이야기를 한다. K는 반대다. 그는 VR에 기회가 있을 거라는 입장이었다. G는 아직 기술이 덜 무르익었다는 생각이고, K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입장. G의 집요한 공격이 이어졌다. 그래서 뭐할거냐?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 VR이 의미 있는 경우를 설명해 보라. 그래서 지금 사업에서 VR 쪽에 어느 정도 비율로 투자하고 있는가? G는 면접관이자 심판이었고, K는 면접자이자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K도 말빨로 어디가서 딸리는 사람은 아니기에 그렇게 이어지는 공격을 주구장창 막아냈다. 이야기가 길어지고 있었다.

그들이 담배 피러 나간 사이 대화에 끼지 못하고 듣고 있던 S와 T와 Y는 잠시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셋의 마음은 똑같았다. 언제 끝날까? 우리는 언제쯤 침대에 누울 수 있을까? K를 다년간 수행한 T가 예언을 했다. 우리가 오늘 잘 시간은 3시라는 예언이었다. S는 소스라쳤고, Y는 정확하다는 생각을 했다.

VR에 대한 열띤 토론이 끝나고 잠시 최순실 박근혜 얘기가 나올 즈음 1차가 끝이났다. 많이 아쉬워하는 G를 뒤로한체 J의 일행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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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7. 뒷마당에서의 술자리, 불이 있어 몽환적인 분위기. 애어비앤비 집의 유일한 장점이었다.

도착한 K는 뒷마당에 있는 파이어 스테이션에 불을 붙이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노래를 틀었다. 하지만 그의 핸드폰 인터넷이 불안정했다. 결국 S의 로밍 인터넷으로 음악을 들었다. 그의 취향에 적합한 거미의 목소리가 백야드에 울려퍼졌다. 불이 있고, 술이 있고, 음악이 있는 약간 몽환적인 분위기의 술자리가 이어졌다. 심지어 의자도 제법 편했다. 그렇게 일행은 거미의 노래가 수도 없이 이어져서 결국은 도저히 알 수 없는 거미의 노래가 나올때까지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는 라면으로 지친 속을 달래고 각자 방으로 갔다. Y는 방에 누워 시계를 보았다. T의 예언은 정확했다. 침대에 누운 그 시간이 새벽 3시 30분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