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 있다. 수요일은 그런 날 중의 하루였고, 나는 책을 들고 회사를 나와서 찜질방으로 갔다. 찜질방에서 식혜와 함께 독서를 하는 것은 내가 취하는 휴식 중에도 호사에 속하는 편이다. 왜 굳이 찜질방까지 가서 책을 읽느냐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내 경험에 의하면 집에서 책을 읽는 것보다는 찜질방에서 책을 읽는 것이 휴식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많은 사람들이 집을 놔두고 거기에 와서 티비를 보는지도 모르겠다.
과정이야 어쨌든 그 때 내 손에 들려진 책은 스티브 워즈니악의 자서전인 “I WOZ”란 책이었다. 정확하게는 번역본인 “스티브 워즈니악”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덤덤하게 기록한 이 책은, 여느 소설보다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물론 내가 그에게 그만큼 관심이 많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앨리스와 나는 그 집에서 오래 함께하지 못했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많은 돈을 벌었음에도 관심사가 다른 둘 사이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밤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어 했다. 나는 거기 끼고 싶지 않았고 집에서 내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이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이혼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이 짧은 문단은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내가 결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내 인생 경험에 의하면 여가 시간에 집에서 납땜을 하고 회로를 그리고 싶어 하는 남편을 이해할 수 있는 여자는 별로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혼이 많은 엔지니어의 무덤이 되는 이유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많이 한다. 워즈니악 아저씨는 본문에서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많은 돈을 벌었다고 적었는데, 사실 그것이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즈니악 아저씨가 또 결혼을 하고, 또 이혼을 하고, 또 결혼을 했다는 사실은 다소 좀 놀라웠다.
애플을 시작하고 첫 몇 해 동안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회사 사람들은 광고, 로고, 심지어 회사 이름과 제품명에 대한 생각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생각이 달랐다. 그 서로 다른 생각들이 심각한 갈등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 사람과 함께 회사를 세우고 그 안에서 일하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내가 배운 한 가지는 수년 동안 그 일을 해 온 사람들보다 그 일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되도록 침묵을 지켰고 내가 잘하는 엔지니어링에만 전념했다. 그렇게 하면 내가 하는 일에서도 생산적이 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들이 잘 하는 일에서 생산적일 수 있도록 방해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나도 회사를 시작하고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동업을 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를 절실히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워즈니악 아저씨가 말하는 것처럼 모두의 생각이 모두 다르다는 점도 정말 많이 느꼈다. 물론 거기서 갈등이 비롯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여러분에게도 나와 같은 행운이 깃들길 바란다. 세상은 훌륭한 발명가들을 필요로 한다. 여러분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해야 할 일을 기꺼이 할 의지만 있다면 그 희망은 여러분의 손이 닿을 수 있는 자리에 놓일 것이다.
밤에 홀로 깨어 자신이 설계하거나 만들고자 하는 것에 대해 궁리를 거듭하며 보내는 1분 1초가 모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다. 약속하건대, 진정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다.
이 책의 마지막 두 문단이다. 물론 다른 부분들도 심금을 울리는 내용이었지만 이 두 문단은 더더욱 그랬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뻘 짓은 아니라는 확신을 주기도 하는 문장이기도 했다. 밤에 홀로 깨어 자신이 설계하거나 만들고자 하는 것에 대해 궁리를 거듭해보지 않은 사람은 필시 이 문장에 담긴 의미를 오롯이 이해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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