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신드롬…

@codemaru · June 14, 2009 · 4 min read

이상하게 요즘은 항상 원고를 쓸 기간이 되면 뭔가 일이 터진다.

지난 달에는 부산에 치과 치료를 받으로 휴가를 얻어 가던 기간이 마침 원고 마감일이랑 겹쳐서 노트북을 들고 갔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작업하던 다 써둔 원고 초안을 서울에 두고 가는 바람에 상당 부분을 집에서 새로 써야 했다. 혹자는 자기가 썼던걸 다시 쓰는게 뭐가 그리 어렵냐고 반문하지만 썼던 걸 다시 쓰는 것 만큼 짜증나는 일도 없다. 어쨌든 결국 원고는 마감 날짜에 다 못썼고, 서울에 와서야 완성을 하게 되었다. 기자님께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메일을 보냈다. 내가 보내는 원고 메일엔 항상 죄송이라는 단어가 포함된다. 마감을 제대로 지켜서 내본게 언젠지 참… ㅎㅎㅎ~

지난 달에 난 미리 원고를 써 두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방학 숙제 마냥 그게 잘 지켜질리는 만무하다. 계획성 없는 나는 어렸을 때에도 항상 방학 숙제를 하나도 하지 않아서 마지막 주말에 엄마한테 오지게 혼나곤 했다. 하지만 오지게 혼나고 나면 늘 마법같은 방학 숙제는 등교날 나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누나들이 겪었을 고통이란 ㅎㅎ~ 어쨌든 하야토에게 주어진 마지막 코너처럼, 나에겐 늘 마지막 주말이 주어진다. 이번 주말이 그런 주말이다.

당연히 이 글의 존재가 의미하듯 이번 주말도 그냥 넘어가는 법은 없다. 고등학교 친구 녀석이 집엘 놀러온 것이다. 생전 서울이라곤 안오던 놈인데, 몇 일 전 아는 사람을 만난다고 약속이 있다고 해서 온다고 전화가 왔다. 친한 녀석이라 거절하기도 뭣해서 그러라고 했다. 사실 약속 당일날 올라오기가 뭣해서 전날 우리집에서 하루 정도 숙식하는 거라 생각했다. 안본지 오래지 않았지만 어쨌든 한달만에 보는 친구 얼굴은 반가웠다. 거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 녀석의 약속 이야기를 곰곰 듣다보니 이건 뭐 정해진 것도 아니고, 만날 수도 있고 안만날 수도 있는 아주 애매모호한 형태의 약속인 것이었다. 사실 내가 봤을때는 저런 걸로 서울까지 왜 왔지, 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였다. 어쨌든 난 졸지에 그 놈의 주말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난 그냥 조용이 앉아서 음악이나 들으며 원고 쓰고 싶을 뿐이고, 친구 온다는 거 안말렸을 뿐이고, 친구 약속 없어졌을 뿐이고, 엄마 보고 싶고, …

나의 어정쩡한 우유부단함에 키스를…

이 느낌은 머지? ㅎㅎ~

@codemaru
돌아보니 좋은 날도 있었고, 나쁜 날도 있었다. 그런 나의 모든 소소한 일상과 배움을 기록한다. 여기에 기록된 모든 내용은 한 개인의 관점이고 의견이다. 내가 속한 조직과는 1도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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