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otkit Arsenal

@codemaru · January 15, 2010 · 6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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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누나가 둘이다 보니 보통 남자 아이들이 잘 해보지 못할 법한 일들을 해보곤 했다. 그 중에 하나가 교과서에 껍데기를 씌우는 일이었다. 누나들은 새 학년이 시작되고, 교과서를 받아오면 늘 껍데기를 씌웠다. 처음엔 포장지로 하다가 학년이 좀 올라가고 나서는 영자 신문과 비닐로 포장을 했었다. 난 사실 포장에 소질이 없었고 늘 누나들이 해줬지만 도대체 왜 그런 짓들을 하는지 이해할 순 없었다. 물론 중학교 때부터는 자연스레 누나들과 멀어지면서 그런 것들을 하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세월이 많이 지났다. 책 껍데기에 대한 나의 생각도 조금 바뀌었다. 아예 쓸모 없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바로 어떤 책인지를 감추는 용도로 껍데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누군가 허브 코헨의 “협상의 법칙”이란 책을 사면 이틀에 걸쳐 다 읽고는 그 책에 껍데기를 씌워서 책꽂이에 꽃아 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이다. 책 내용이 너무 좋아서 남들에게 알려 주기 싫음에서 그렇게 한다는 게 요지였다. 물론 “협상의 법칙”이란 책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에서 그런 글을 올렸으리라 생각된다. 

최근에 정확하게는 지난 주 였다. 한 권의 책을 읽을 시간이 있었다. “The Rootkit Arsenal”이란 책으로 작년에 발간된 루트킷 관련 서적이다.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는 속으로 다짐했다. 절대로 서평을 올리지 않으리라. 반드시 껍데기를 씌워서 책꽂이에 꽃아 두리라. 그 정도로 굉장한 책이었다. 맞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구글링 3분만 하면 다 나오는 그런 것들을 모아둔 책에 왜 그렇게 호들갑이냐는 이야기다. 그런 분들은 조용히 이 페이지를 닫고, 계속 쭉 구글링을 하시면 되겠다. 물론 책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내용은 구글링을 하면 단박은 아니라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가 감사해야 하는 사실은 저자가 우리를 대신해서 그런 지식을 검증 과정을 거쳐서 모아서 엑기스로 정리한 다음, 우리의 머릿속으로 쏙쏙 집어넣어 준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감사하게 앉아서 받아 먹으면 되는 것이다.  어쨌든 관련 분야에 있거나 해당 기술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담뱃값, 술값, 밥값, 심지어는 교통비까지 아껴서라도 반드시 구매하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 속으로 잠시 들어가서 이 책이 아웃스탠딩한 이유를 몇 가지 열거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윈도우 아키텍처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비스타  이후 변경된 점을 다룬다는 사실에서 그 첫 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다른 루트킷 서적이 아직도 XP적 지식에서 허우적대로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굉장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 다루는 내용이 덜 구체적이라도 우리에게 조사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같은 챕터에서 다루는 윈도우 부팅 과정에 대한 설명 또한 일품이다.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 Windows Internals 같은 책도 충실하게 내용을 다루지만, 루트킷 제작자의 입장에서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서는 이 책이 좀 더 상세히 그리고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끝으로 다른 루트킷 책과는 다른 점이 부트 루트킷에 대한 부분에 상당한 양의 지면을 할애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다른 루트킷 서적이 자세히 다루지 않는 부분이라 이 점도 장점이 될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점 외에도 썰을 풀어가는 과정이 논리적이고, 그림만 봐도 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 수 있도록 작성한 저자의 능력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6만원 상당의 책 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책이다. 루트킷 개발자라면 6만원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감히 해 본다.

@code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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