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T가 시작하던 날이었다. 날씨도 꿉꿉하던 그 날. 기어이 사고가 터졌다. 회사 홈페이지와 메일 서버를 운영하는 서버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멀쩡하다가 접속이 안돼서 IDC에 전화해서 재부팅을 요청했다. 소식이 없길래 재차 전화했더니 하드가 나갔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사이에 IDC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하드가 노후해서 맛이 갔다는 이야기. IDC를 찾아갔다. 겉은 멀쩡해 보이는 SATA 하드디스크를 가져오면서도 내심 우리 PC에 연결하면 잘 될 거란 생각을 했다. 하드디스크가 고장 난다니 설마? 설마? 했다. 그랬는데 그 하드는 진짜 맛탱이가 갔다. 부팅을 시키려고 하자 끼릭끼릭 거리며 고주파 음을 울리며 우리를 나락으로 보냈다. 남자라면 백업을 하지 않는다는 토발즈의 말을 철썩 같이 믿었기에 우리에겐 어떠한 데이터도 없었다. 운영중인 서비스는 회사 홈페이지에 FAQ 페이지뿐이라 천만 다행이었다. IDC 직원이 그랬다. 서버도 하드웨어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멀쩡하다고 하더라도 3-4년에 한번씩 서버 업그레이드도 하고 아니면 하드는 반드시 교체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이다. 그렇겠지.
그날의 일을 교훈 삼아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서버 관리할 사람도 없는데 서버 하드웨어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예전부터 구글 앱엔진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살펴봤는데 우리 목적에 쓸만한 서비스는 아니었다. 거기다 앱엔진 홈페이지는 온통 불투명한 사항뿐이었다. 뭔가 고객들에게 제품을 파는 사이트가 아니라 개발자 놀이터를 만들어 놓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접었다. 그리고 이후 가장 많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아마존을 찾았다. AWS 계정을 만들고 접속했다. 이거다.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명확했고 내가 무엇을 사용할 수 있고 돈은 얼마가 지불되는지 확실했다. 직관적이었고 쓰기 편했다.
그러면서 나는 막연하게 서버를 직접 운영하는 것보단 아마존이 응당 쌀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정말 오해였다. 진짜로.
우선 기존 서버를 살펴보자. 서버를 임대하는 비용은 얼마일까? 공짜다. 요즘은 회선 비용만 주면 공짜로 주는 서버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서비스에는 공짜 서버를 써도 전혀 지장이 없었다. 지출하는 비용은 IDC 회선 비용. 10Mbps에 대한 10만원이 전부다. 10Mbps 회선이면 얼마를 전송할 수 있을까? 초당 1.25메가 바이트, 분당 75메가바이트, 시간당 4.5기가바이트, 하루당 108기가 바이트를 전송할 수 있다. 그닥 나쁘진 않다.
그럼 이제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를 생각해보자. 난 처음에 멋모르고 서비스할 지역이 싱가폴이랑 가까워 싱가폴에 서버를 만들었다. 기존에 우리가 가진 공짜 물리 하드웨어와 유사한 성능을 가진 인스턴스는 m1.xlarge였다. 그거보다 낮은 단계의 인스턴스는 모두 서비스가 불가능할 정도로 성능이 나빴다. 그 인스턴스는 시간당 무려 0.45달러가 들어간다. 이게 참 웃긴데 이렇게 보면 굉장히 싸 보이는데 곱하기를 하면 장난이 아니다. 해볼까? 0.45*24*30 = 324달러가 나온다. 한 달에 서버 비용으로만 33만원 가량을 지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m1.xlarge가 기존의 공짜 서버 보다는 좋을 것이다. 그러리라 굳게 믿는다. 하지만 가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데이터 요금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는 밴드 기준이 아니라 트래픽 기준으로 과금을 한다. 싱가폴 지역의 데이터 요금은 10TB까지 기가바이트당 0.19달러다. 역시 싸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어제 하루 서비스를 오픈했는데 벌써 30기가 바이트를 사용했다. 0.19*30=5.7달러, 6-7천원 가량을 썼다는 의미다. 30을 곱하면 재미있어진다. 171달러가 된다. 자 이제 우리가 한 달에 아마존에 상납해야 하는 비용을 계산해보면 인스턴스 비용과 데이터 비용만 합해도 무려 495달러가 나온다. 50만원 가량이다. 기존 서버보다 5배나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IP비용, 하드디스크 비용, 무슨 비용, 무슨 비용… 서비스를 신청하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모두 비용이다. 딱 보고 드는 느낌은 한솥도시락이다. 계란 후라이도 팔아먹는 그 느낌? ㅋㅋ~
과연 싼 걸까? 우리가 아마존에서 서버를 운영하면서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은 두개 뿐이다. 하나는 250Mbps의 회선, 다른 하나는 하드웨어는 신경 꺼도 된다는 거. 물론 서버를 복사해서 바로 생성할 수 있는 이점도 있지만 직접 세팅하나 복사하나 별 차이는 없다. 단지 하드웨어에 신경을 쓰지 않기 위해서 한대당 40만원 가까운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과연 싼가? 글쎄다. 한대는 40만원, 두 대는 80만원, 세 대면 120만원 벌써 이쯤 되면 하드웨어 관리자를 고용하는 게 더 싸지 않을 까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결코 싸지 않다. 더욱이 우리처럼 밴드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서비스는 더더욱 그렇다. 밴드가 중요한 서비스라면 다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글로벌 100Mbps 밴드가 가비아의 경우 월 800만원 정도 하기 때문이다. 250Mbps면 장난 아닌 밴드다. 물론 가비아는 데디 방식이라 아마존 보다는 좀 더 좋을 수도 있다.
이런 모든 사항에도 불구하고 난 아마존을 쓰겠다. 난 아마존의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몇 가지 팁을 써보면 이렇다. 일단 절대 32비트 운영체제는 설치하지 말지어다. 확장이 불가능하다. 큰 걸 쓰던 작은 걸 쓰던 64비트를 써라. 그래야 나중에 쉽게 큰 걸로 바꿀 수 있다. 또한 윈도우도 절대 쓰지 말아야 한다. 훨씬 비싸다. 곱하기 하면 추가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다른 한 가지는 절대 지역을 선택하지 마라. 가깝다고 일본, 동남아 서비스한다고 싱가폴 이랬다간 망한다. 왜냐하면 해당 지역이 결코 싸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 테이블보고 제일 싼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내가 멋모르고 싱가폴에 서버를 세팅했다고 했는데 미쿡에 세팅했을 때와 비교하면 데이터 요금이 한 달에 7-8만원 차이 난다. 장난 아니다. 트래픽이 더 많으면 더 커진다. 그리고 진짜로 쓸 생각이 있다면 무조건 약정해야 한다. 그것만이 살 길이다.
난 비용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데 서비스는 괜찮냐고 물어본다면 절대 그냥 아마존 쓰라고 강추해주고 싶다. 진짜 편하고 잘 돼 있다. 그 모든 것이. 국내 업체들이 아마존보다 속도도 빠르고 더 저렴한 서비스들을 내놓겠다고 한다. KT의 유클라우드도 그랬고, SKT도 상품을 준비한다고 한다. 나름 써 본 입장에서 비교해 보자면 비싸도 아마존이다. 안정성 및 검증은 둘째 치고라도 웹 인터페이스만 봐도 진짜 애와 어른이 아니라 세포 덩어리와 사람을 비교하는 수준으로 차이 난다. 나도 개발자지만 아마존 웹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느낀 건 진짜 토나올 정도로 잘만들어 놨다는 거다. 저런거 만든 개발자 한 명만 데려와도 울 웹 서비스도 진짜 뽀대날 거 같은 느낌. 근데 이랬든 저랬든 그 모든 게 다 결코 싸진 않다.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편한 만큼 그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거다. 세상에 절대로 네버 공짜 점심은 없다. 진짜 이 글은 한 30만원 짜리는 되는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이 모든 사실을 아마존에 한 30만원은 상납하고 배웠기 때문이다. 큭~
멋도 모르고 로그 서버 주소를 죄다 변경했는데 월요일 다시 모두 롤백 업데이트를 해야 할 것 같다. 애꿎은 지원팀 식구들만 고생하게 생겼다. 헤드가 멍청하면 직원들이 고생한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흙~
끝으로 사족을 하나만 더 달자면 국내 서버 임대는 가비아가 좋다. 예전에 싸다고 닷네임코리아를 쓴 적이 있었는데 완전 왓더헬이었다. 전화도 안받고, 관리도 안되고 싼 게 비지떡이란 교훈을 그 때 깨달았다. 가비아는 항상 전화도 받았고, 우리 하드디스크가 맛탱이가 간 그 순간에도 우리가 가장 빠르게 서비스를 복구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괜히 코스닥 상장 업체가 아니다. 가비아를 안쓰더라도 절대로 닷네임코리아는 쓰지 말길 바란다. 이건 뭐. 헬이다. 헬게이트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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