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역사

@codemaru · November 21, 2009 · 7 min read

            md 0

최근에 읽은 몇 권의 과학 도서 중에 하나가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입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평가하자면 일종의 다시 쓴 과학 교과서 정도가 될 것 같네요. 물론 제목에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고 되어 있지만 저자가 집중한 부분은 우주와 지구, 그리고 인간의 기원 정도인 것 같습니다. 책 내용도 재미있고, 새로운 사실도 굉장히 많이 알게 된 것 같아 뿌듯하더군요. 과학 교과서가 좀 이랬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재미를 느끼는 주된 이유는 저자의 글빨이 좋기도 하지만 과학적인 사실 보다는 과학자에 관한 에피소드, 경험담 같은 내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유명한 과학자들도 다들 완벽한 인간은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물론 이 장점은 그대로 이 책의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과학적인 사실의 설명은 다소 부족한듯한 느낌이거든요. 그 때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 측정 기구는 어떻게 생겼는지와 같은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랬다면 분량이 장난 아니게 늘었겠지만요. 사실 그림 한 장 없는 이 책을 완독하기 위해서는 중학교 정도의 과학 지식은 필수라 느껴집니다. 그렇지 않다면 중간 중간에 이게 무슨말이지,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군요. 물론 중학교 정도의 과학 지식을 탑재하고도 이해 안되는 부분도 더러 있습니다. 특히 양자역학, 초끈 이론을 소개하는 부분은 정말 압권이죠. 우리가 소위 말하는 36차원의 벽이란 말이 거기서 유래한 것 같더군요.

오늘날 과학자들은 박테리아의 질량도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고, 20미터 떨어진 곳에서 하품을 하더라도 결과가 달라질 정도로 민감한 장비를 사용하지만, 1797년 캐번디시의 측정결과보다 훨씬 더 정확한 결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지구의 질량은 캐번디시의 결과에서 1퍼센트 정도 다른 59억 7250만 톤의 1조 배로 밝혀져 있다. 이런 결과들은 모두 캐번디시가 측정을 하기 110년 전에 뉴턴이 아무런 실험적 증거도 없이 제시했던 값과 거의 같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최근에 밝혀진 증거에 의하면, 우주의 은하들은 우리에게서 멀어져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속도도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그런 결과는 모든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다. 우주는 암흑 물질뿐만 아니라, 암흑 에너지로도 채워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학자들은 그것을 진공 에너지 또는 더 이국적인 제 5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거나 상관없이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설명하는 방법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이론에 따르면, 빈 공간은 전혀 비어 있는 것이 아니고, 물질과 반물질이 갑자기 튀어나왔다가 다시 사라지는 일을 끊임없이 이어지며, 그것 때문에 우주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바깥쪽으로 밀려나게 된다. 뜻밖에도 이런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이 우주의 가상적인 팽창을 막기 위해서 일반 상대성 이론에 넣은 후에 “내 인생의 가장 큰 실수”라고 불렀던 바로 그 우주 상수이다. 이제 보면 그는 모든 것을 옳게 보았던 모양이다.

전율이 절로 오죠.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무섭고, 선견지명이라기엔 너무도 놀라울 따름입니다. 물론 뉴턴과 아인슈타인을 차치하고라도 책에는  너무 뛰어나서 동시대에 인정을 받지 못한 많은 과학자가 소개됩니다. 너무나 일찍 발견해서, 내지는 너무나 시대를 앞서서, 내지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해서 묻힌 과학자들이죠. 그런 것들의 영예는 대부분 수 년, 내지는 수 십년 후에 그것을 재발견한 과학자에게 돌아가더군요. 그런걸 보면 참 때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 입니다.

@codemaru
돌아보니 좋은 날도 있었고, 나쁜 날도 있었다. 그런 나의 모든 소소한 일상과 배움을 기록한다. 여기에 기록된 모든 내용은 한 개인의 관점이고 의견이다. 내가 속한 조직과는 1도 상관이 없다.
(C) 2001 YoungJin Shin, 0일째 운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