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림픽

@codemaru · October 23, 2009 · 4 min read

인터넷이 나오고 나서는 정말 하루에도 수십 가지 신조어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몇몇 특수한 커뮤니티들이 있죠. 한글을 해친다는 의견도 분분하지만, 이러한 단어들을 볼 때마다 약간의 엔돌핀과 함께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죠. 몇 글자 안 되는 단어가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 사람들이 더 많이 사용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그런 단어 중에 하나가 병림픽입니다. 병림픽은 병신 올림픽의 준말고, 흔히 인터넷에서 말도 안되는 걸로 싸우는 사람들을 두고 병림픽 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죠. 보통 리플 싸움에 많이 달리는 말인데, 연예인 기사에서 싸우는 x빠와 y빠를 두고 그런 말들을 많이 합니다.

근데 참 웃긴 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병림픽 참가자들은 자신이 병림픽에 참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겁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지적 수준이 높고 논리적인 사람들도 말이죠. 물론 그 배경에는 고단수의 낚시꾼들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여튼 그들은 상대방이 시작한 싸움에 자신이 피해자이고, 자신을 변호하는 글을 올릴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걸 읽는 3자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뭐 시작한 사람이나 댓글 다는 사람이나 별반 차이가 없음을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메일을 열어 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나도 병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병림픽을 끝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괴물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누구도 먹이 주는 일을 쉽게 중단하지는 못한다지요. 그것도 인간의 본능이겠죠.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심연을 너무 오래 들여다볼 때 심연 또한 너를 들여다 보게 된다.

– 니체, 선과 악을 넘어서 중

p.s) 병림픽과 자주 나오는 단어 중에 병신력, qt인증이란 말도 있습니다. 병신력이야 금방 아시겠지만 qt인증은 뭔 말인가 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ㅂㅅ인증이란 말이지요. 키보드 자판을 찾아보면 금방 답을 알 수 있습니다. 세벌식 사용자는 패스하시고요. ㅋㅋ~

@code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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