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야생, 부왘…

@codemaru · January 31, 2011 · 6 min read

주말에 영종도 선녀바위에 캠핑을 갔습니당.

난생 처음 가는 겨울 야생이라 후훗, 기대되더군요.

예상대로 날씨는 오지게 추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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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해서 텐트를 치기 시작합니다. 일단 먹어주는 텐트 크기의 위엄. 핡~. 성인 남자가 안에서 허리를 안구부리고 설 수 있을 정도로 크더군요. 물론 180cm 이하의 성인 남자에 한해서 입니다 ㅋㅋㅋ~ 겨울 야생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 크기는 해줘야겠죠. 고프로님은 열심히 바람에 안쓰러 지도록 텐트 못을 치고 계십니다. 전 옆에서 구경했어요. 셀카질이나 하면서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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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텐트의 모습. 숲속의 아늑한 우리만의 공간입니다. 풉. 안에서 다시 곤로를 점검하고 계신 고프로님. 역시 전 구경만. 겨울 야생은 난로 없이는 버틸수가 없더군요. 난로를 계속 켜놔도 텐트가 온통 얼어버릴 정도로 날씨가 추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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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텐트 내부를 세팅했어욤. 야전 침대도 놓고. 식탁도 놓고. 먹을것도 챙겨오고. 먹을걸 어찌나 맞춰서 샀는지 남긴게 거의 없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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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다 쳐놓고는 난로 기름을 구하러 다시 밖으로 나갔습니다. 오는 길에 선녀 바위를 구경했다지요. 오른쪽에 있는게 선녀 바위라는데, 그닥 선녀삘은 ㅋㅋ~ 겨울 바다, 해안이랑 닿은 부분이 얼어서 그런지 바닷물이 참 오묘하게 왔다리 갔다리 하더군요. 사진은 눈감고 찍어야 제맛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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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지면서 날이 저물기 시작합니다. 밖에서 에스키모 놀이 했어요. 무지하게 추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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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김치찌개로 배를 좀 채우고 맥주도 한 잔 하고 있을 무렵. 세 번째 손님이 합류했습니다. 깜깜한 동굴에 있는 우리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랜턴을 제공해주신 바로 그 분. 후훗~ 50년도 넘은 랜턴이라는데 동작은 잘 하더군요. 술먹다 말고 오른쪽에 랜턴을 급세팅하고 있습니다. 저녁에 이것 때문에 골로 갈뻔 한 일이 있었습니다. 자는 도중에 랜턴에서 연기가 나서 텐트 안이 온통 연기로 가득 찬 거였죠. 그나마도 술먹고 자는 바람에 저는 알지도 못했는데 고프로님께서 총알같이 랜턴을 밖으로 빼고 환기를 시켜서 살았답니다. 그냥 황천길 갈 뻔 했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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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의 밤은 깊어만 갔습니다. 6-7년 전에는 술만 마시면 윈도우와 C, 그리고 각종 프로그래밍 이야기로 날밤을 지새웠던 우리지만 더 이상 그 이야기들은 우리의 안주 거리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운 관계로 예정됐었던 천체 관측은 깔끔하게 삭제됐습니다. 그날도 자체 제작하셨다는 돕소니아 망원경은 구경을 못했네욤.

날이 밝았습니다. 일어나서는 라면에 햄에 온갖거를 먹고 또다시 취침 모드로 돌입하신 두 분. ㅋㅋ~ 전 옆에서 고즈넉한 분위기에 책이나 읽고 있었습니다. 저녁 사이에 개인지 고양이인지 알 수 없는 야생 동물이 들어와서 한 덩이 남은 피같은 소고기를 훔쳐갔더군요. 야생은 정말 위험한 곳이예요. 뺐고 뺐기는, 또 죽고 죽이는. ㅋㅋ~

안나푸르나를 기약하면서 집으로 컴백했습니다. 단촐한 야생에서의 1박 2일이었지만 정말 재밌었어요. 뭐든지 잉여롭게 따라가면 재미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캠핑이었습니다. 아스트랄했던 저의 정신 세계에 얼마간 안정을 찾게 해주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흐흐~

@codemaru
돌아보니 좋은 날도 있었고, 나쁜 날도 있었다. 그런 나의 모든 소소한 일상과 배움을 기록한다. 여기에 기록된 모든 내용은 한 개인의 관점이고 의견이다. 내가 속한 조직과는 1도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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