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오래된 말이 있다. 어쩌면 사람의 심리를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낸 말이 아닐까한다. 원천적으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질투를 느끼도록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좀 더 발달하면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사촌이 땅을 사지도 않았는데, 사촌이 땅을 사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들어오는 것이다.
요즘 나는 종종 그런 불안을 느낀다. 가끔은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 날들도 있다. 그럴때면 가끔 골똘히 생각해 보기도 한다. 왜 불안할까? 내 상태가 안정적이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래 집단에서 뒤쳐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불안해 한다. 물론 이것은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현대인들이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이런 책도 나오는 것이 아닐까?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바로 요즘 내가 느낀 그 불안감이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책의 저자는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원인을 능력주의에서 찾는다. 구시대에는 계급이라는 출생 신분에서 모든 것들이 저절로 결정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똑똑한 놈이라도 계급이 낮으면 평생 밭을 갈며 살아가는 것이고, 멍청한 놈이라도 계급이 높으면 평생 하는 것 없이 산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는 불안감을 느낄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똑똑한 놈이 자기가 똑똑하다고 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멍청한 놈도 자기가 사고 친다고 계급이 바뀌는 극단적인 상황은 오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사회는 나름 안정적인 상태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우리는 모두 자기의 능력만큼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거짓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는 우리 자신의 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정상적인 뇌를 가진 사람치고 자기가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에 거품낀 생각을 가지기 때문에 불안해 할 수 있다는 점이다. 10이라는 능력을 가진 사람인데 자기는 100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100을 성취하지 못함에 있어서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럴듯 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뒤에 있다. 오늘 성과가 좋아서 100을 성취했다고 하더라도, 내일 성과가 좋지 않다면 바로 다시 쪽박을 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즉, 성취를 한 사람은 사람대로 못한 사람은 못한 사람대로 다들 불안에 떠는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방법의 해결책들을 제시한다. 핵심은 더 큰 존재를 생각하라던가. 소유에 따란 만족감에 대한 과거 우리의 경험을 일깨우라던가 하는 당연한 소리들 뿐이다. 궁극에는 보헤미안식 삶이 거론된다. 하지만 우습게도 이러한 것들은 이 책을 읽는 99.8%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 100원은 걸 수 있을것 같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결책을 차치하고라도 이 책은 읽어볼만한 가치는 있다. 적어도 이 정체모를 불안감이 오는 방향 정도는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수의 버그들은 원인이 명확해지면 해결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종종 특수한 버그들은 원인이 분명해져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 있다. 소위 디자인 결함이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디자인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버그를 해결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디자인을 변경하는 것은 전체를 뒤집는 것이기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다. 결국 원인을 알고도 버그가 봐 줄 만한 수준이라면 그냥 눈감고 쓰는 수 밖에 없다. 불안도 이러한 종류의 문제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 끝모를 욕심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