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codemaru · July 01, 2010 · 5 min read

누구나 죽기 전에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버킷 리스트는 그러한 내용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있고, 워크 투 리멤버의 히로인 맨디 무어 또한 극중에서 그런 것들을 적어서 다니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그런 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그 중 두 개가 여행에 관한 것이다. 하나는 잡스횽에 관한 책을 읽고 생각했었던 인도 여행이고, 다른 하나는 중학교 미술 선생님이 피라미드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 준 순간 가슴에 담았던 이집트 여행이다. 그런 연유로 가끔 술자리에서 갈만한 사람들에게 이집트 가자, 인도 가자는 이야기를 종종 하고는 했다. 늘 그렇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물론 혼자 가도 되긴 하지만 사실 겁도 좀 난다. ㅋㅋ

그런 인도 여행, 이집트 여행 드립을 들었던 친구 녀석 하나가(P) 이번에 리프레시 휴가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는 유럽 여행을 가자고 한다. 당연하다. 망설일 이유도 필요도 없다. 단숨에 OK를 했고, 계획은 광속으로 진행됐다. 6월과 9월 일정을 두고 고민했으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바로 떠나기로 했다.

여행에 대해서 로망을 가지고 있지만 자주 간 편은 아니다. 나에게 있어 여행은 일기랑 조금은 비슷한 편인데 늘 여행을 갔을 때는 지쳤을 때나 뭔가 내 안에 물음표가 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어쨌든 이번 여행도 나에게는 그런 면들이 강했다. 뭔가 유럽을 가서 근사한 것을 보고 오겠다거나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겠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생각은 없었다. 단지 나를 조금 돌아보고 싶었고, 또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사는 게 좋을까라는 조금 진지한 생각들을 색다른 장소에서 해보고 싶었다. 이점이 P에게는 조금 미안한 구석이다. 혼자 이어폰 꼽고 멍때린 시간이 다소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최초 계획은 이랬다. 2주 일정에 스위스, 이탈리라를 집중 탐방하자. 그러다 유럽을 가는데 욕심이 생겼다. 파리를 보고 싶다는 생각. 그래서 유레일을 사기로 하고 최종 일정은 다음과 같이 잡았다. 뱅기표가 암스테르담 인, 로마 아웃이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일정이다. 당연히 실제로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사실은 일정이 빡쎄서 실행을 못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이 일정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유레일을 분실했기 때문이었다. 이점도 P에게 미안한 부분이다. P는 폼페이와 카프리를 제외한 모든 곳을 갔고, 나는 기존 일정에서 폼페이, 카프리, 피렌체, 피사를 가지 못했다.

암스테르담(1일) – 파리(2일) – 베른, 루째른(1일) – 인터라켄(2일) – 밀라노, 베네치아(2일) – 피렌체(1일) – 피사, 로마(2일)  – 폼페이, 카프리(2일) – 로마(1일)

P는 걱정이 많았고, 평소 꼼꼼하고 디테일한 성격답게 모든 것을 미리 정하고 떠나기를 바랬다. 나는 그냥 러프한 정도의 일정만 잡기를 바랬다. 그게 막 떠나는 여행의 묘미라 생각했다. 결국은 P의 의견에 따라 스위스까지는 모든 숙소와 이동편을 예약하고 떠났다.

어쨌든 날짜는 왔고, 우리는 떠났다…

@codemaru
돌아보니 좋은 날도 있었고, 나쁜 날도 있었다. 그런 나의 모든 소소한 일상과 배움을 기록한다. 여기에 기록된 모든 내용은 한 개인의 관점이고 의견이다. 내가 속한 조직과는 1도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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