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혼수 컴퓨터는 내 몫이다. 덕분에 업그레이드도 하고 내가 쓰던 컴퓨터를 넘겨 줘야 겠다는 아주 영악한 생각을 했다. 사실 그 컴퓨터도 작년에 와우를 좀 더 쾌적하게 하고자 샀던 것이라 지금도 쓸만하다. 누나가 사용하기에는 차고도 넘치는 컴퓨터다. 물론 내가 쓰기에도 차고도 넘치는 컴퓨터다. 어쨌든 누가 쓰던 새 컴퓨터는 한 대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다나와에 주문을 넣었다. 내가 구성한 컴퓨터의 핵심 부품은 다음과 같았다. 요즘은 보드에 머가 다 붙어 있기 때문에 그래픽카드 외에는 살 게 없다. 참 좋은 세상이다.
**데네브 945
GIGABYTEGA-MA770T-US3 AM3
XFX 라데온 HD 4850 D3 512MB Xpert Rextech**
개인적으로 ATI의 색감을 좋아해서 ATI의 그래픽 카드를 골라봤다. 전에 쓰던 제품이 Geforce 9600GT 였는데 ATI를 쓰다가 그 녀석을 쓰니 와우 세상이 온통 푸르팅딩하게 바뀌었던 것이다. 플레이할 때에는 잘 몰랐는데 동영상을 촬영해보면 확연히 차이가 났다.
신나게 조립을 하고 컴퓨터를 켠다. 당연히 정상적으로 부팅이 된다. Windows 7을 설치한다. 컴터가 좋으니 운영체제 설치도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요즘 나온 운영체제라 그런지 탐지 못하는 하드웨어도 하나도 없다. 우왕굳. 해상도를 설정한다. 그런데 이 때 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다. 화면이 떨리는 것이었다. Windows 7의 AERO 기능은 데스크탑 화면일 때에도 그래픽 카드의 3D 기능을 사용한다. 딱 해보니 윈도키+탭을 눌러서 화면 전환을 시키면 100% 화면이 덜덜 떨렸다. 이뭐병. ㅠㅠ~ 물론 그래픽카드 드라이버는 당연히 최신오브최신을 설치했다. 옵션 또한 조정할 수 있는대로 다 해 보았다. 그래도 되지 않았다.
구글신님께 여쭈어본다. 그런 문제가 부지기수다. 4850뿐만이 아니다. 5750, 5770, ATI 요즘 그래픽 카드에는 그런 문제가 대부분 있는듯 했다. 그래픽 카드 드라이버 패치에서 flashing 현상 문제가 언급되어 있다. 후덜덜. 이럴 줄이야. 뽑기 세상이 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결론적으로 구글링을 통해서 알아낸 원인과 해결책을 적어 보면 이렇다.
이 문제의 원인은 ATI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PowerPlay란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PowerPlay란 그래픽 카드의 소비 전력을 낮추어 전기세를 아끼게 해주는 기능으로 평소에는 낮은 클럭으로 동작하다 필요할 때에만 높은 클럭으로 동작시켜 주는 기술이다. 조립한 PC에서 테스트를 해보니 150에서 650 정도 사이를 와따리 가따리 했다. 물론 3D 게임을 실행시켜 보지는 않았다. 데스크탑의 윈도+탭 기능으로만 테스트해본 범위였다. 그렇다면 이 PowerPlay 기능을 꺼버리면 문제가 안생길까? 당연하다. 그렇다면 끄기 쉬울까? 무지 어렵다. 기본적으로 4850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산 카드는 그 정보가 아마도 그래픽카드 바이오스라고 불리는 곳에 하드 코딩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따라서 외부적으로 그 값을 On/Off 시킬 수는 없었다.
물론 사람들은 보통이 아니다. 끄지 못한다고 해서 방법을 찾지 못했을리가 없다. 크게 두 가지 정도의 방법이 있다. 하나는 ADM GPU Clock 설정 유틸리티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해당 유틸리티를 켜고 실행한 다음 Set Clock 버튼을 사용하면 그래픽 카드의 클럭을 특정 클럭으로 고정 시킬 수 있다. 이 방법의 단점은 재부팅하면 말짱 황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서 덜덜 떨린다. 따라서 매번 클럭을 새로 설정해 주어야 한다. GPU 클럭 유틸리티는 아래 경로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http://www.techpowerup.com/downloads/1641/AMD_GPU_Clock_Tool_v0.9.26.0_For_HD_5870.html
다른 방법은 ATI의 그래픽 카드 컨트롤 프로그램인 CCC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래픽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자동으로 깔린다. 깔린 다음 사용자 계정 폴더의 AppData/Local/ATI/ACE를 가보면 Profiles.xml이라는 파일이 있다. C 드라이브에 Windows 7을 깔았고, 사용하는 계정이 codewiz라면 아래 폴더에 있다.
C:\Users\codewiz\AppData\Local\ATI\ACE
해당 xml 파일을 열어보면 아래와 같은 부분이 있다. 총 값이 세 개씩 나오는데 아마 낮을 때, 중간, 높을 때로 추정된다. 이 값이 기본적으로 다 틀리게 설정되어 있는데 모두 높은 값으로 통일 시켜주고 저장한 다음 재부팅하면 떨리는 현상이 없어진다.
어렵긴 했지만 어쨌든 그래픽 카드를 떨림없이 쓸 수 있는 단계가 되긴 하였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RexTech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공포의 고주파 문제가 있다. 고주파 문제란 그래픽 카드에서 고주파음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평상시에는 발생하지 않는데 그래픽이 많은 페이지에서 스크롤을 사용할 때 발생했다. 스크롤을 시키면 찌지직하는 소리가 난다. 어디서 나는지 알기 위해서 컴퓨터 본체에 직접 귀를 기울기고 테스트를 해 보았는데 그래픽 카드 팬과는 상관 없고 그래픽 카드 전원부나 다른 회로에서 고주파음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이 문제 또한 유명한 문제다. 찾아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하소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겪은 문제라면 당연히 나름의 해법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일단 가장 손쉬운 방법은 IE 옵션의 부드러운 스크롤을 비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부드러운 스크롤은 페이지를 한 페이지씩 휙휙 넘기지 않고, 천천히 스크롤 시키면서 넘겨주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을 비활성화 시키면 고주파음은 없어진다. 사람들 말로는 스크롤할 때 그래픽 카드에서 사용하는 전력이 팍팍 올라간다고 한다. 그것 외로는 파워를 같이 교체해 주거나 접지가 잘 안된 경우 접지를 해주면 좀 나아진다고 한다.
우와, 무슨 11만원이나 주고 산 그래픽 카드에 이렇게 말도 안되는 문제가 많을까? 또 이런 카드를 파는 건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 문제가 발생했을 때 RexTech의 A/S 센터를 찾아갔다. 다행히 회사에서 30m 안의 거리에 있었다. 반응은 냉담했다. 내가 제시한 문제를 하나도 확인하지 못했단다. 난 빡빡 우겼고 결국 새 카드를 받았다. 그런데 새 카드도 똑같은 문제가 있었다. 두 가지 모두. 고대로. 더 짜증나는 현실은 이렇게 많은 문제를 사용자들이 올리고 있는데도 A/S 센터 직원은 나보다도 더 그래픽 카드에 대해서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CCC에서 클럭을 설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PowerPlay가 먼지, 왜 자기가 테스트 하는 PC 최소 클럭은 400이고 내 껀 150인지, 어떤 것 하나도 명쾌하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냥 나를 범죄자 취급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RexTech 4850 그래픽 카드를 산다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완전.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다.
환불 받으려면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목에 핏대 세우기 싫어서 그냥 쓴다.
하지만 다시는 RexTech 제품을 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죽어도. 다시는.
장사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3 참고). 너무 대조적인 상술이다.
감동을 받은 고객은 알아서 지갑을 열도록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