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기해요. 어떤 음악을 들으면, 그 곡을 제게 처음 알려준 사람이 생각나요. 그것도 번번이요. 처음 가본 길, 처음 읽은 책도 마찬가지고요. 세상에 그런 게 있다는 걸 알려준 사람이 떠올라요. ‘이름을 알려준 사람의 이름’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건 사물에 영원히 달라붙어버리는 것 같아요.
나는 ‘아니, 내가 이렇게 멋있는 말을 하다니!’ 하고 혼자 감탄했다. 하지만 ‘선배의 쪽지’는 더 근사했다.
─ 우리가 신을 잊을 수 없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거야.
– 비행운, 김애란
김애란의 소설을 좋아한다. 달작지근한 문장으로 글을 읽는 재미를 흠뻑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평범한 문장도 그녀의 글 속에서는 힘을 발한다. “우리가 신을 잊을 수 없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거야”라는 이 평범한 문장도 김애란이 만들어 낸 장면 속에서는 기가 막힌다. 아마 그 누구라도 소설 속에서 그 문장을 만난다면 해머로 머리를 한 대 맞는 느낌일거라는데 500원은 걸 수 있다. 그렇다고 그녀가 단지 언어의 연금술사이기 때문에 팬을 자처하는 것은 아니다. 소설 속 이야기들이 묘하게 소설이 아니라 진짜 우리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기에 그녀의 소설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주인공의 현실에 격하게 공감하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다. 그래서 책을 덮을 즈음엔 신묘하게도 힐샤워를 받은 느낌이 드는 오묘한 마력이 있다.
비행운도 그런 소설 중에 하나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남의 일 같지 않은 그런 소설이다. 바로 옆에 있는 친구나 가족, 학교 선배나 후배, 또는 직장 상사나 동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달달한 문장에 취했다가도 주인공의 씁쓸한 현실을 보면 마음이 그리 편하진 않다. 우리 모두에게 이제는 행운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 소설 속 주인공 모두에게, 그리고 또 지구에서 2014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May the Force be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