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08
가끔 생각해보면 정말 그 모든 일들이 기적만 같습니다. 그 모든 과정에 아주 사소한 일 하나만 달랐어도 아마 지금 저는 어떻게 됐을지 모르니깐 말입니다. 물론 더 잘됐겠죠? ㅋㅋㅋ~ 이런 걸 보면 불교의 ‘연기’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건, 그 자체로도 이미 말도 안되는 기적같은 일들이 모두 맞아 떨어진 결과입니다. 아마 태엽을 감아서 다시 지금처럼 만들어 보라고한다면 우린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겁니다.
인터넷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인터넷 수업 레포트로 홈페이지 만드는 과제가 나오지 않았다면,
내가 과제를 무시했다면,
그 회사 사장이 약속을 지켰다면,
빡쳐서 그 회사를 때려치지 않았다면,
그 회사 사장이 전력선 통신에 미치지 않았다면,
그 회사 사장이 엉뚱한 회장을 섭외하지 않았다면,
그 회장이 회사를 말아먹지 않았다면,
회사가 망하는 과정에 병무청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면,
교수님 아들이 같은 학번의 동창이 아니었다면,
홈페이지 과제를 내주신 교수님이 소개해 준 다른 회사가 정상적인 회사였다면,
그 회사에 다단계에 미친 실장만 없었다면,
그 당시 잉여로운 시간이 없었다면,
객기에 그 회사를 뛰쳐나오지 않았더라면,
그 팀장이 내 이력서를 그냥 흘려 보냈더라면,
그 채용 담당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두 번 전화하지 않았다면,
회사 이름만 듣고 홈페이지를 들어가보지 않았다면,
먼저 면접 본 회사에서 나를 그렇게 무시하지 않았더라면,
그 회사에 동향에 동성을 가진 실장님이 안계셨다면,
그 날 DOM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술을 안마셨다면,
그때 팀원이 나를 좋게 소개해 주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시건방진 미친 소리를 안했더라면,
내가 잉여 시간에 인터넷 활동을 안했더라면,
그 회사 사장이 미쳐서 우리를 다 자르지 않았더라면,
…
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사건 속에 놓이고 그 사건들에 대한 반응은 피드백되서 우리에게 새로운 사건으로 또 주어집니다. 결국 우리는 무수히 많은 상호작용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죠. 이러한 상호작용의 결과가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는 겁니다.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면 사건에 대한 우리의 반응, 내지는 선택의 모음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당신은 오늘 어떤 선택을 하셨나요?
Life is C between B and D.
인생은 태어남(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 있는 선택(Choice)이다.
– Jean Paul Sar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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