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저녁 먹고, 술을 한 잔 하고는 집에 오는데 피곤해서 택시를 탔다. 친구 녀석이 같은 방향이라 떨궈주고 가려고 같이 탔는데, 가는 길에 기사 아저씨와 친구 사이에 약간 실랑이가 있었다. 기사 아저씨가 실수로 길을 조금 돌아간 것이다. 결국 공은 나에게 왔고, 난 피곤해서 그냥 가자고 했다.
그 일 때문에 친구가 내리고 택시 기사 아저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됐다. 대기업에서 28년 근무하시고는 얼마 전에 정년 퇴직 하셨다는 아저씨. 몇 마디 안에 그 아저씨의 지식이나 철학적 사유의 깊이가 범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게 됐는데, 의외로 생면부지의 택시 기사 아저씨에게 뜻깊은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뭐 뻔하다면 뻔한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그날 난 쉬운 길을 택하며 자기 합리화를 한 껏 하고 있던 시점이라 아저씨의 이런 이야기는 나에게 의미있는 일침이 되었고, 내가 저지를 뻔 한 더 큰 실수를 막아주었다.
나 자신도 내 맘에 안 드는데, 남이 내 맘에 들기가 어디 쉽겠는가. 욕심을 버리자. 마음을 비우고.
당신과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으로 만나는 그 사람들도 사실 직장 내 관계라는 그 사소한 조건 하나만 떼고 나면 당신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들을 내치는 것은 쉽습니다. 그것보다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입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많은 기회를 제공했음에도 조직 내에서 함께 일하기엔 정말 힘든 사람들도 있을겁니다. 그런 경우에도 마지막 말은 꼭 아껴두세요. 헤어질 때 여운을 조금 남겨 놓는 편이 당신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인생이란 정말 신비로워서 나중에 그 사람을 어떤 장소,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 절대로 알 수 없답니다.
만약 당신이 그 사람들에게 존중받길 원한다면 반대로 그 사람들을 먼저 존중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를 내고, 욕을 하고, 재떨이를 던지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일은 그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한다는 점을 꼭 기억하세요.
– 하계에 거주하신다는 어느 택시 기사님의 말씀
나는 문관이고 상대는 무관이라 하여 그를 괄시해서는 안 되며, 나는 세력이 강하고 상대는 힘이 약하다 하여 교만하게 대해서는 안 되며, 나는 현명하고 그는 어리석다 하여 그를 무시해서는 안 되며, 나는 늙었는데 그는 젊다 하여 서글퍼 해서도 안 된다. 엄숙하고 공손하고 겸손하고 온순하여 예의를 잃지 않으며, 화평하게 하여 뒤틀리고 막힘이 없게 하면 정과 뜻이 서로 통할 것이다.
– 목민심서,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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