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게임

@codemaru · July 22, 2013 · 6 min read

흔하게 시장 지배 기업이 신규 진입자를 제거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전략 중에 하나가 치킨 게임입니다. 가격을 내려서 출혈 경쟁을 하고 경쟁자가 사라지면 독점의 이익을 누리겠다는 것이죠. 그래서들 보.통.은. 누군가 새롭게 등장만 하면 와~ 치킨 게임으로 쟤들 죽여버리자, 라고들 단순하게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이게 치킨 게임이 통하는 분야가 있고 안 통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그러니 스킬을 시전하기 전에는 충분히 생각을 잘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승자박 할 수가 있거든요.

흔한 세탁소를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복잡한 세탁이 아닌 정말 단순한 원룸 총각의 각종 빨래물을 세탁하는 세탁소입니다. 이 경우에 기존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세탁소에서는 신규 세탁소를 가격으로 제압할 수 있습니다. 왜일까요? 여기에는 서비스 품질이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가격이 싸면 장땡인거죠. 그리고 주요 고객층인 원룸 총각은 세탁물을 조금 더 반짝반짝하게 하는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없습니다. 자신이 하기엔 귀찮고 누군가 대신 해준다면 가장 싼데가 장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전략이 통할 수가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우리 동네에 베스킨라빈스 알스크림 가게가 새로 들어왔습니다. 기존에 마트를 하던 사장님께서 뿔났습니다. 알스크림 가격 50% 할인. 베스킨라빈스 망할때까지. 이랬습니다. 통했을까요? 아마 50% 할인한 사장님만 죽어났을 겁니다. 왜일까요? 본질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베스킨라빈스와 죠스바 사이에는 가격으로 메울수 없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가격이 10배나 비싸지만 조금 더 맛있는 알스크림을 먹고 싶은 사람들은 그 가격을 지불하고 베스킨라빈스 알스크림을 사먹을 의사가 있기 때문에 여기엔 치킨 게임이 통할 수가 없는 겁니다.

이론적으로 맛있는 알스크림을 먹기 위해 충분한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고객으로부터 알스크림 가게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이상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상대방이 가격을 0으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가게를 영.원.히. 운영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50% 할인 정책을 내세운 마트 사장님 입장에서는 가격을 0으로 내린다고 하더라도 베스킨라빈스 고객은 영원히 죠스바를 사먹으로 가게에 오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 베스킨라빈스 고객을 유치할 순 없고, 기존 고객에게 가격만 내리는 꼴이 됐으니 손해는 결국 마트 사장님만 보게 되는 셈이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은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해서 그게 또 전부라는 말은 아닌거죠.

이건 좀 다르긴 한데, 이야기를 조금 더 확장하면 동일한 내용이 채용 시장에서도 통용됩니다. 보통의 입사 지원자들은 자신의 연봉을 낮게 부르는 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앞선 치킨 게임과 마찬가지로 통용되는 분야가 있고, 아닌 분야가 있는 것이죠. 실질적으로 개인이 생산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뻥튀기 될 수 있는 시장일수록 사실 연봉과 같은 가격은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세탁소같은 구조의 분야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연봉을 고고하게 책정하고 있다면 그 또한 경쟁력이 없는 셈이겠죠. 중요한 요소는 여러분이 하려고 하는 일이 부가가치 뻥튀기가 되는 분야(중력에 자유로운 직업)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죠.

 0  0

 

@codemaru
돌아보니 좋은 날도 있었고, 나쁜 날도 있었다. 그런 나의 모든 소소한 일상과 배움을 기록한다. 여기에 기록된 모든 내용은 한 개인의 관점이고 의견이다. 내가 속한 조직과는 1도 상관이 없다.
(C) 2001 YoungJin Shin, 0일째 운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