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음.

@codemaru · May 03, 2010 · 4 min read

오늘은 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날이었어. 하루 종일 일했는데 엉뚱한데서 막혀서 하루종일 고민하고 그랬어. 문득 그렇게 두서없이 이 일, 저 일 하다 보니까 예전에 고등학생때 생각 나더라. 그 때 왜 수학 문제 같은거 연습장에 풀잖아. 그러면 숫자 헷갈리지 말라고 차근 차근 하나씩 풀어야 안틀리는데, 막 내 멋대로 끄적이면서 풀다가 틀리는 경우가 많았거든. 맨날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데 수학 시험 5분 남겨지게 되면 그런 생각이 온데간데 없어진다. 마음이 무지하게 급해지거든. 남은 문제는 풀어야 하고 시간은 없으니까. 오늘 내 상황이 딱 그랬어. 아니 요즘 내 상황이 전부다 그런지도 모르겠어.

이번 방학이 어쩌면 내 인생에 있어서는 마지막 여름 방학이 될지도 모르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전에 그런 말 했던가? 여름 방학에는 배낭 행도 떠나고 그러고 싶다고. 정말 나는 고등학교 때 대학교 가면 방학 때 마다 배낭여행 가고 그럴 줄 알았는데 7번의 방학동안 딱 한 번 가봤네. 휴~ 정말 어처구니없다. 그 시간들을 어디다 다 썼는지. 예전엔 돈이 없어서 못갔고,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못갈거 같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용기가 없어서 못갈거 같은거 있지. 세상은 다 그런가봐. 모든게 다 갖춰지도록 기다릴 순 없거든. 축구도 그렇잖아. 수비 한 명도 없는 완벽한 골 찬스라는게 없잖아. 몇 명 있어도 슈팅 하다 보면 한 골 들어가고 그런거지~ 난 매일 너무 완벽한 기회만 생각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 포루투갈전에서 지단이 프리킥으로 골을 넣었던 날.

여전히 난 연습장에 지저분하게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급하게 코드를 쓰고, 또 그런 코드를 고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지금은 그 때 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내 시간들이 녹아내리고 있으며, 더 의미 없는 일들이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다. 나는 그 때도 지금도 내 인생의 세렌디피티같은 일들을 기다리고 있는 그저 용기 없는 사람일 뿐이다 . 4년 동안 난 무얼했나 돌아본다. 변한 건 하나도 없다. 변하지 않은 것도 하나도 없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어느 작가의 묘비명에 쓰여 있는 말이라고 했던가? 우물쭈물 하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고, 시간은 너무 덧없이 잘도 간다.

@codemaru
돌아보니 좋은 날도 있었고, 나쁜 날도 있었다. 그런 나의 모든 소소한 일상과 배움을 기록한다. 여기에 기록된 모든 내용은 한 개인의 관점이고 의견이다. 내가 속한 조직과는 1도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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