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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오래된 일이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한 팀장이 그랬다. 다 좋은데 제발 “그래서 결론이 뭐예요”라는 이야기는 좀 안 했다면 좋겠다는 이야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든다고 그랬다. 그땐 나도 내 나름의 변명이 있었다. 말하는 사람은 한 명이지만 듣는 사람은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한 마디만 해도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앞뒤는 자르고 결론이 뭔지만 궁금했던 것이다. 어쨌든 팀장의 그런 고견을 듣고 나서는 주의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1
얼마 전이었다. 한 업체 미팅을 하는 자리였다. 그때 나와 똑같이 효율성을 중시하는 담당자를 만나게 됐다. 앞뒤 자르고 결론만 듣고 싶어하는 그 담당자에게 적잖게 당황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아 우리 회사 직원들도 나랑 이야기하면서 어쩌면 이런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르겠구나. 난 그 담당자가 제법 마음에 들었는데 그 자리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은 크게 좋아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미팅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지나치게 효율성을 중시하는 것은 달작지근한 맛을 없앨 수도 있겠다는 생각. 어쩌면 커뮤니케이션에도 조그만 슬랙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 조그만 슬랙이 낭비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조그만 틈이 이야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소통을 원활하게 만드는 건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유있는 낭비랄까?
#2
갑을 프레임이 들불처럼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요즘이다. 그들의 오염된 관계성에서 벌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일들도 있었겠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가 기본적으로 지나치게 효율성만을 추구한 결과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효율성은 조금 버리더라도 그 사이에 약간의 여백과 따뜻함을 채운다면 어쩌면 기존 방식보다 더 효율적인 결과를 얻을지도 모른다. 그리디 메소드가 항상 옵티멀 솔루션을 보장하지 않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기독교에서 말하는 “가난한 마음”이 우리에게 간절한 시점이 요즘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문관이고 상대는 무관이라 하여 그를 괄시해서는 안 되며, 나는 세력이 강하고 상대는 힘이 약하다 하여 교만하게 대해서는 안 되며, 나는 현명하고 그는 어리석다 하여 그를 무시해서는 안 되며, 나는 늙었는데 그는 젊다 하여 서글퍼 해서도 안 된다. 엄숙하고 공손하고 겸손하고 온순하여 예의를 잃지 않으며, 화평하게 하여 뒤틀리고 막힘이 없게 하면 정과 뜻이 서로 통할 것이다.
– 목민심서,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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