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별 일 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책도 안 읽고, 코드도 너무 안 읽었다. 넥서스7로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트위터와 뉴스질에 지쳐갈 무렵, 소설책도 읽기 싫은 그 시점, 코드나 읽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잽싸게 요즘 가장 뜨겁다는 깃허브에 들렀다. 어떤 코드가 좋을까를 생각하던 중 막연하게 탐색해 보기로 했다. 그리곤 언어별로 저장소에 있는 소스를 정렬해 봤는데. 헉. C/C++ 없어도 너무 없다. 아래는 깃허브 통계 자료~
초라한 C++의 저장소 개수를 보면서 그래도 남자라면 C++을 외치면서 클릭을 해봤다. 남자라면 most watched를 외치며 줏대없이 클릭을 했는데 그 중에 단연 돋보이는 소스 코드가 있었으니 카맥옹의 DOOM3 소스였다. 예전에 퀘이크 소스를 보고 충격을 먹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그래 한 줄을 읽어도 카맥옹의 소스를 읽어야지, 라며 들어가서는 DOOM3 저장소 탐방을 시작했다. 군더더기 없는 소스 트리하며, 정갈한 소스 코드는 퀘이크 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C에서 C++로 간 느낌? idlib과 sys쪽 코드를 좀 읽었는데 눈물을 감출 길이 없었다. 보는내내 촌스럽고, 안스럽고, 황당하기 그지없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부끄러웠다. 난 과연 지난 시간 무엇을 한 것인가? 언제 이런 코드 한 번 써보나 하는 생각. 죽기 전에 한 번 써 볼 수 있을까?, 라며 감탄사를 남발하는 그 순간 카맥 옹의 훅 코드에서 나의 멘탈은 초라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래도 훅은 내가 좀 더 아는 것 같다며…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했던가 ㅋㅋㅋ~
카맥옹의 단정한 코드는 그 코드를 읽는 것만으로도 한 수 배울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지만 그것 외에도 멘탈적으로 큰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그의 단아한 코드는 나에게 전 우주적 자괴감과 초라함, 미칠듯한 열등감을 선사하지만 그 와중에도 코딩을 하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코드를 좀 읽고는 이것 저것 찾다가 DOOM3 코드를 분석한 블로그를 찾았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던가? 코드보다 이 블로거의 분석이 더 놀라웠다. 퀘이크 소스 분석도 있는데, 드는 생각은 와~ 블로그 저렇게 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 … ㅋㅋㅋ~
20살 이후로 단 한 번도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었다. 토나오게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 꿈이 이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당췌. 이번 생은 아닌건가~ @.@
덧) 카맥옹하니 중학교 땐가 고등학교 땐가 컴퓨터 잡지에 실렸던 인터뷰 기사가 생각난다. “하루라도 코딩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힌다”라는 내용이었는데 어린 마음에 참 신선한 충격이었다. 송재경님은 아들이 커서 아들이랑 같이 코딩하는게 꿈이라는 인터뷰를 했던 기사가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안타깝게도 카맥옹이 선수를 친 건 아닌지? ㅎㅎ~ 리틀카맥 뒷모습에서 우월한 유전자의 포스가 뿜어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