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에 박물관엘 갔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첨으로 가봤는데 진짜 엄청 크더군요. 잉카문명전을 하기에 보고 왔는데 어렸을 때는 박물관이 그렇게 싫더니 나름 재미있게 보고 나왔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만 없었다면 좀 더 좋았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온 동네 애들은 다 나온 것 같더라고요.
저는 잉카를 하도 고대문명, 고대문명 하길래 진짜 고대문명인줄 알았는데 연표를 보니 우리나라 조선 시대더군요. 거기 쪼금 놀랐습니다. 잉카 제국이 사라진 이유는 스페인 군대의 침략 때문입니다. 이유는 단지 금 때문이었죠. 스페인 군대는 같은 이유로 지금의 멕시코 쪽에 위치한 아스텍 제국도 멸망 시켰습니다. 대단합니다. 코스모스라는 책에는 아스텍 인들이 스페인 사람들에 대해서 보고하는 것을 옮겨둔 것이 있는데 다음과 같이 나와있습니다. 읽고 있으면 지금 우리 모습을 보는것 같아 조금 씁쓸해 집니다.
그들은 황금을 보자 원숭이들처럼 날뛰며 좋아했습니다. 온통 탐욕으로 가득한 얼굴을 하고 우리의 금을 닥치는 대로 자기들 손에 넣었습니다. 황금에 대한 그들의 욕망은 끝이 없는 듯했습니다. 황금에 굶주려 죽을 지경에 이른 존재로 보였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뱃속을 온통 황금으로 채우고 싶어 했습니다. 마치 황금을 먹는 돼지인 양 말씀입니다.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자기네들끼리 떠들면서, 황금 장식이란 장식은 모조리 앞뒤로 분해해서 떼어 갔습니다. 금이라곤 남은 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탈취해 갔습니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 중에서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물은 동굴에서 발견되었다는 돌 조각상 이었습니다. 사람 얼굴을 한 조각상도 있고, 다른 조각상도 있었는데 기원전 작품으로 되어 있더라고요. 아주 초기 고대인들이 남긴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걸 보고 있으니 그냥 인간은 본래 고독한 존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굴에 그런 거라도 놔두면 좀 덜 적적했겠지요?
성행위 장면을 묘사해서 만든 도기도 하나 있었는데 아주 디테일이 살아 있더군요. 제가 보고도 애들이랑 오면 좀 난감하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옆에 아줌마가 학생에게 설명해 주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떻게든 그 부분은 설명 없이 빨리 지나가려고 하드라고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