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크리와 보일러 설명서

@codemaru · March 03, 2009 · 3 min read

2년간 거주했던 부천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습니다. 원래 이사를 하려고 하기도 했었는데, 집주인 아저씨가 처남이 오피스텔에 살기로 했다고 빼달라고 해서 부득이 급하게 이사를 감행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한 2주간 정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짐이랄 것도 없는데도 막상 싸서 이사하려고 하니 장난 아니더군요. 여튼 여차저차해서 무사히 어제 이사를 마쳤습니다. 싸온 짐도 대충 정리하고, 아직은 미완성의 상태이지만 곧 완성되겠죠. ㅎㅎ~

집에 들어가니 이것저것 있는데 어쩌다 보일러 설명서를 보게 되었습니다. 첫 입주라 그런지 보일러 조작기 옆에 꽃아 놓았더군요. 보일러에 난방 모드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온돌, 실내, 예약 이렇게 있는데, 그것을 설명서는 친절히 이렇게 적어 놓았더군요.

온돌 – 보일러를 온돌 모드로 동작시킵니다.
실내 – 보일러를 실내 모드로 동작시킵니다.
예약 – 보일러를 예약 모드로 동작시킵니다.

좀 어이없죠. 사실 보면서 내심 온돌과 실내 모드의 차이가 뭘까 고민을 했었거든요. 보일러는 스팀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벽에 파이프가 들어있을리도 없으니깐요. 설명서를 한 세 번 읽고 나도 여전히 어떤 모드로 써야 되는지를 모르겠더군요. 대충 보니 온도 센서 달린 위치가 틀린 것 같긴 하지만 어디까지 추측입니다. 그러면서 문득 떠오르는 코드,

// i 값을 증가 시킵니다.  
++i;

그리곤 드는 생각 -- 나도 저런 글만 쓰고 있는 건 아닐까?

한적함의 로망도, 샤워 부스의 로망도, 통유리 창문의 로망도 없고,
이제 남은 건 티비와 출근 프리미엄뿐이군요.

여기 가시면 가사를 번역해 둔 것이 있답니다.

@codemaru
돌아보니 좋은 날도 있었고, 나쁜 날도 있었다. 그런 나의 모든 소소한 일상과 배움을 기록한다. 여기에 기록된 모든 내용은 한 개인의 관점이고 의견이다. 내가 속한 조직과는 1도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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