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거주했던 부천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습니다. 원래 이사를 하려고 하기도 했었는데, 집주인 아저씨가 처남이 오피스텔에 살기로 했다고 빼달라고 해서 부득이 급하게 이사를 감행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한 2주간 정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짐이랄 것도 없는데도 막상 싸서 이사하려고 하니 장난 아니더군요. 여튼 여차저차해서 무사히 어제 이사를 마쳤습니다. 싸온 짐도 대충 정리하고, 아직은 미완성의 상태이지만 곧 완성되겠죠. ㅎㅎ~
집에 들어가니 이것저것 있는데 어쩌다 보일러 설명서를 보게 되었습니다. 첫 입주라 그런지 보일러 조작기 옆에 꽃아 놓았더군요. 보일러에 난방 모드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온돌, 실내, 예약 이렇게 있는데, 그것을 설명서는 친절히 이렇게 적어 놓았더군요.
온돌 – 보일러를 온돌 모드로 동작시킵니다.
실내 – 보일러를 실내 모드로 동작시킵니다.
예약 – 보일러를 예약 모드로 동작시킵니다.
좀 어이없죠. 사실 보면서 내심 온돌과 실내 모드의 차이가 뭘까 고민을 했었거든요. 보일러는 스팀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벽에 파이프가 들어있을리도 없으니깐요. 설명서를 한 세 번 읽고 나도 여전히 어떤 모드로 써야 되는지를 모르겠더군요. 대충 보니 온도 센서 달린 위치가 틀린 것 같긴 하지만 어디까지 추측입니다. 그러면서 문득 떠오르는 코드,
// i 값을 증가 시킵니다.
++i;
그리곤 드는 생각 -- 나도 저런 글만 쓰고 있는 건 아닐까?
한적함의 로망도, 샤워 부스의 로망도, 통유리 창문의 로망도 없고,
이제 남은 건 티비와 출근 프리미엄뿐이군요.
여기 가시면 가사를 번역해 둔 것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