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진 오후...

@codemaru · January 24, 2009 · 4 min read

어제 본가에 내려왔습니다. 어렸을 땐 참 명절이 좋았는데 나이가 드니깐 귀찮기만 할 뿐 하나도 좋지 않네용. 그저 제가 해야할 의무만 가득한 그런 날이 된 것 같습니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명절 시즌이 시작이 안되서 그런지 집 분위기가 조금은 괜찮습니다. 아마 내일은 친척들로 무척 붐빌 것 같네용.

여튼 그런 이유로 오늘은 아주 한가한 오후를 보낼 수 있습니당. 점심 먹고 늘어지게 있다가 연휴 기간에 읽으려고 가져온 하루키 아저씨의 《승리보다 소중한 것》 이라는 책을 보고 있습니다. 오디오를 트니 제가 늘 상 듣던 모짜르트 CD가 꼽혀 있네요. 이런 곳이 집인가 봅니다. 제가 몇 년 전 쓰던 구형 컴퓨터 하며, 마우스 패드 하며, 몇 년간 사용했었던 요상한 형태의 키보드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공간. 물론 바뀐 것도 많이 있다죠. 어젠 집 비밀번호를 몰라서 새 벽 3시에 밖에서 오들오들 떨었답니다. 알고보니 엄마가 비밀번호를 빠군 것이더군요.

여자 아이가 말을 걸지만 완전 무시. 남자는 완전히 삐쳐 있다.
여자 아이의 표정이 '참나 어린애라니까'라고 말하는 듯하다. 여자 아이는 플랫홈에 서서 남자를 기다린다. 둘은 이대로 헤어지는 걸까. 아니면 무사히 화해할까. 나는 여자 아이에게 호감이 간다. 착실한 학생인 듯.
10년 혹은 20년 뒤에 올림픽을 떠올릴 때는, 개회식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연인과 싸운 추억이 떠오르겠지.
'아아, 그러고 보니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시간이 흐르면 이렇게 되는 법이다.

무라키미 하루키, 《승리보다 소중한 것》 中

2002년 월드컵 때가 생각나더군요. 포르투갈 전이었던 것 같은데 한국팀이 이겨서 무척 신났던 날이었죠. 거의 미쳐가는 분위기인 그 날 저도 같이 있던 사람과 싸웠던 기억이 납니다. 2006년에는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냈던 기억이 나네용. 아마 제가 좋아하는 팀과 우리나라가 싸운 적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보니 벌써 내년이 월드컵이라는... ... 시간은 정말 속절없이 잘도 가죠...

오랜만의 여유라 그런지. 반가운 마음에 끄적여 봤습니당.

덧> 작년에 "오스트레일리아"라는 영화를 보러 갔는데 재밌게 봤었습니다. 내용보다는, 나이를 거꾸로 드시는 니콜 아줌마가 나와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비가 내리잖아요."라는 명대사도 가슴을 좀 쨍하게 하더군요. 여튼 그 영화에 "오즈의 마법사" 영화 화면이 참 멋있게 나옵니다. "over the rainbow"란 노래도 중간 중간에 나오구요. 갑자기 그 때 그 장면이 생각나서 "오즈의 마법사" DVD를 질러서 봤답니당. 재밌더군요. ㅋㅋ

@code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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