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람들이 하도 열심히 책을 읽고 있길래, 뭔가 했더니 기욤 뮈소의 소설이었다. yes24 아이 쇼핑을 하면서 요즘 가장 뜨고 있는 작가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게 했던 기욤 뮈소. 돌려보던 사람이 다보고 나도 궁금해서 첫 장을 넘겼다. 심상치 않은 전개. 사실 요즘 소설답지 않게 심하게 말도 안 되는 시작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새 나는 소설에 몰입하고 있었다.
절반 정도를 회사서 읽고, 약속이 있어서 밖에서 놀다가 집으로 오는 길에 나머지 절반을 읽었다. 나머지 부분을 읽으면서 이 소설 제목, "사랑하기 때문에"와 스토리를 매칭시켜 보려고 노력했다. 이 소설은 과연 무엇일까?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까? 주인공 마크가 비행기 속에서 손님 노트북을 훔치는 장면에서 내 상상은 극에 달했다. 난 여러 가지 갈래를 추측했다. 하지만 그 중 하나도 소설의 내용과는 들어맞지 않았다. 그만큼 내용이 의외였다 ㅋㅋㅋ~
요즘 인기 있는 책들처럼 박진감 넘치는 전개, 말도 안되게 복잡한 등장 인물들 간의 관계, 쉴새 없이 앞뒤로 넘나드는 장면들은 독자의 눈을 한시도 책에서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런데 이 책, "사랑하기 때문에"는 그런 것과 더불어 뭔가 느낌이 있는 내용이 있다. 가볍지 않다는 뜻이다. 헐리웃 블록버스터를 염두에 두고 쓴 그런 싸구려 3류 소설은 아니라는 느낌이 많이 드는 책이었다. ㅎㅎ~
한참을 읽다가 아래 문장이 너무 웃겨서 컴퓨터에 옮겨 적어 두고는 계속 읽었다. 내 책이 아니라 낙서를 할 수는 없었다. ㅋㅋ~
그들의 뇌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파일을 삭제하고 디스크 조각모음을 한 다음 포맷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비견할 수 있었다.
작가가 아마도 그들의 뇌가 얼마나 깨끗하게 됐는지를 나타내기 위해서 비유한 것이라 생각된다. 참 재미있는 비유기도 하고 나처럼 컴퓨터 전문가 입장에서는 정말 쓸 때 없는 비유기도 했다. ㅋㅋ~ 사실 포맷을 할 거라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파일을 삭제할 필요도 디스크 조각모음을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조각모음을 한 하드디스크로 마무리 했으면 좀 더 좋았을 껄 괜히 포맷까지 가버려서 내 입장에서는 2% 아쉬운 비유랄까 그래도 참신하긴 했다. ㅋㅋ~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예전에 법정 스님의 책에서 읽었던 오해라는 제목의 글이 떠올랐다. 내가 느끼기에 우리가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을 용서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해에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이해가 선행된다면 우리는 거의 대부분의 일들을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 사람 입장에 선다면 대부분 그런 결과를 선택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쌀쌀한 날씨 탓일까? 아니면 소설 탓일까? 아직도 내가 오해하고 있을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은 그런 밤이다. 그들도 그들 나름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