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앞에 네 명이 책을 보고 있다. 그런데 세 명이 똑같은 책을 본다.
회사에 왔다. 회사 사람이 책을 보고 있는데 그 책 이다.
베스트 셀러가 무섭긴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ㅋㅋㅋ~
그러면서 나도 사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 ...
이 책은 처음부터 나를 당황시켰다. 한 3페이지 정도를 보는데 문단 부호는 단 두 개 마침표와 쉼표만 있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장들의 연속이었다. 대화체에 대한 행갈이도 없다. 빼곡히 채워진 문장들은 나의 눈을 피로하게 했다. 소설의 1/3 정도를 읽으면서 이상하게 소설이 안 읽힌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행갈이와 문장 부호가 없어서도 그렇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진짜 진도가 않나갔다. 나머지를 읽으면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소설속 등장 인물의 이름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쩌면 눈이 멀었다는 설정때문에 그렇게 썼을 수도 있다. 단 한 차례도 소설 속에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항상 의사, 의사의 아내, 검은색 안경을 쓴 여자 따위로 등장인물은 거론된다.
소설의 내용은 '모두가 눈이 멀고 단 한사람만 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아주 단순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모두가 당연시 여기고 있는 그 한 가지가 없어졌을 뿐인데 그 후의 세상은 그 이전의 세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구도로 펼쳐진다. 단지 눈이 멀었을 뿐인데, 우리가 철저하게 믿는 이성은 붕괴되고, 짐승보다 못한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단지 눈이 멀었을 뿐인데... 약간은 황당하고, 약간은 그럴것 같기도 하고, 약간은 더럽고, 약간은 거북하고, 약간은 주인공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마 내가 의사의 아내였다면 내 눈을 파거나 도망가거나 했을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 속에서 눈뜨고 그걸 다보고 있는 그녀는 소설 속에나 등장 할 수 있는 아내가 아닐까? ㅎ~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란 표현이 참 맘에 들었다. 특히나 요즘같이 껍데기에 열광하는 세상 속에서는 그런 느낌이 더 많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여튼 끝을 보고 나면 우리가 철통같이 믿고 있는 사람다움, 이성이라는 것들이 얼마나 보잘것없이 없어지는지를 쉬이 알 수 있다. 뭐 사실 이런 거창한 소설을 볼 필요도 없잖은가. 오피스텔에서 개 키우지 말라고 말라고 난리를 쳐도 키우는 사람들. 음식물 쓰레기 따로 버리라고 버리라고 해도 꼭 같이 버리는 사람들. 화장실에서 담배피지 말라고 말라고 난리를 쳐도 담뱃불 붙이는 사람들. 남들의 눈이 오프되는 순간 우리의 이성도 같이 오프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