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M을 만났습니다. 둘이서 곱창 한 판을 먹고, 맥주집을 찾아 헤매다 낮선 바에 들어가게되었습니다. 얼마나 걸었는지 그렇게 부르던 배가 다소간 가라 앉는 느낌이더군요. 바에 들어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문득 앞에 서 있는 바텐 아가씨 얼굴이 누군가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들은 그녀가 좋아한다는 크루저라는 맥주. 돌아오는 길에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루저 껍질을 미끈하게 뜯어서 내 손에 쥐어주던 그 아이가 생각났거든요.
만남은 헤어짐이, 헤어짐은 그리움이. 그리움은 또 다시 추억이 되어서 제 머릿속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나 봅니다. 스산한 바람이 귓가에 스칠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부슬부슬 내리는 비 사이로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인것 같아요. 언젠가는 지금이란 시간도 소리 없이 흘러내려 제 머릿속 한 켠에 추억이란 이름으로 또아리를 틀겠죠? 시간은 참 부질없이 잘도 가는 것 같습니다. 추석 때 TV 다큐에서 보았던 90세 할아버지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르네요.
무정한 세월이 흐르는 물결 같으니 인생 백년이 봄날 꿈이로다
맥주 두 병에 퍽이나 센티해지는 밤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