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한 중년의 비애

@codemaru · October 24, 2001 · 3 min read

오늘 유닉스 셤을 마치고... 오락실에서 우엉이랑 오락쩜 하다가...

집에 오려고 49를 탔다... 우쓰... 이 시간에 자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재빨리 뒷자리에 올라앉은 나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새... 왼편의 중년의 남자에게서 나는 것이었다...

그는 자꾸... 끝쪽 저편 - 자기 옆자리 - 에 앉아 있는 여학생에게 치근덕 거리는 것이어따...

몇 번 째려보다... 한 마디 탁 내뱉으려는 순간... 그가 나의 다리를 치면서 한마디 했다...

"어이,... XX같은...", ㅠ.ㅠ 열이 확 받쳤지만... 참았다... 괜히 건드렸다가 더 불행한 사태를...

막아야 함이어따... 그는 이제 타겟을 바꾸었는지... 나에게 치근덕 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친넘이겠거니 하면서... 무시하다가... 점점 그가 인간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내 생각에 그는 성공적인 젊은 시절을 마치고... 중년의 말기에서...

방황하는 듯 해보였다.. 아무도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 그에게는 고통스러워 보였다...

내가 몇마디 받아주자... 아주 좋아해따... 그래,... 그는 말상대가 필요했던 것이다...

아무도 그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받으려 하지 않는 세상을 향해 그는 소리치고 있었던 것이다...

젊음은 스스로 끈임없이 채울것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중년은 다르다... 그는 자신의 무능함을...

스스로 더 아프게 채찍질 하는것처럼 보였다... 나에게 술을 마시자고 했지만... -- 사실 같이 마시고 싶었다... --

과외를 생각해서 과감히 거부하고... 버스를 내렸다... ^^;; 지금쯤 그가 또 누군가를 향해 외치고 있을지 걱정된다...

ㅡ.ㅡ;; 다음에 다시 49에서 그를 만나면... 정말 소주잔을 한잔 기울이면서 그와 이야기를 진지하게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code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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