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조선의 북스 체험단 이벤트에 당첨되서 "일요일의 마음"이란 책을 받게 되었습니다. 별로 두껍지 않은 책인데 내용은 꽤나 어렵습니다. 특히나 문학적 소양이 없는 제가 읽기엔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문학 교수님께서 쓴 책이라 더 그렇겠지요.
저자 소개 부분이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문학평론가 이남호 선생님이 저자인데, 고려대학교 문학 교수가 직업이라고 합니다. 후훗. 그런데 뒷 부분을 보면 이렇게 썼습니다. 총 스무권의 편, 저서를 출간하였는데 세상의 사랑을 받은 책은 없음. 왠지 애틋한 마음이 느껴지지 않나요? 저만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총 스무개의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나 세상의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은 없음" 이란 말이 뇌리를 스치더군요. B급 대중문화라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대중성이 아쉽기도 하죠. 어쩌면 그런게 간절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절반을 읽을 때 까지의 제 심정은 이건 뭐 진짜 탐미주의자를 넘어서 좀 있어보이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음악을, 가보지 못한 도서관, 보지 못했던 그림들, 이해할 수 없는 시들에 시샘이 드는 마음이었죠. 그러나 나머지 절반을 읽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후반부에는 더러 제가 아는 영화가 나오기도 했고, 이해할 수 있는 소설도 나왔기 때문입니다. 후반부를 읽으면서 제 마음은 정말 이 글의 저자이신 이남호 선생님께서는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심미안을 가졌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되었습니다.
길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퍽이나 멋있는 문장은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소동파의 아래 시를 소개한 부분을 택하고 싶네요.
흰 비단 그대로 그리지 않음도 뜻이 높더라
만일 그림을 그린다면 붉고 푸른 두 가지에 떨어지리
한 물건도 없는 그 가운데 무진장이 있으니
꽃도 있고 달고 있고 금루 옥대도 다 그 속에 있더라
시가 이해가 가시나요? 사실 전 뒤에 해설을 읽기 까지 시를 완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특히나 이 연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이남호 선생님의 설명을 들어보도록 합시다.
흰 비단에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다. 그렇지만 그 비단은 온갖 꽃과 달과 금대 옥루도 다 숨기고 있다. 다 가지고 있지만, 겉모습은 아무 그림도 그려져 있지 않은 흰 비단일 따름이다. 흰 비단을 명함에 비유해 볼 수도 있다. 시시한 사람일수록 명함에 많은 직함을 적어 다닌다. 높은 사람은 명함이 아주 단순하다. 그보다 더 높은 사람은 아예 명함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꽤나 공감가지 않나요? 특히나 전 명함 부분에서 감탄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아직은 시시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젠간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흰 비단처럼 되야겠죠. 요즘 저런 생각을 몇 차례 했었던 터라 더 감동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아름다움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또한 그런 것들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곤 합니다. 그래서 이쁜 여자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아름다운 경치가 있는 명산에 가기도 하고, 절경을 이루는 곳을 찾아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그리면서 늘 아름다움은 자신의 주변보다는 멀리 찾아 떠나야 있다는 환상에 빠져듭니다. 하지만 제가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느낀 점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름다움은 우리 주변에 넘쳐나게 많이 있지만 단지 우리에겐 그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안목은 지식도 지혜도 아닌 관심과 애정에서 나온다는 점이었습니다. 똑같은 삽화를 보더라도 그것에 관심을 가진 사람만이 진정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법이죠.
아는 만큼만 보인다라는 말도 있고,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정도의 복잡함은 머리만 아프게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미 경험했던 영화나 소설 이야기에서는 깊은 공감을 느꼈지만 그렇지 않은 많은 부분에 대해서는 이질감을 더 많이 느꼈기 때문입니다. 책에 소개된 시, 소설, 영화, 그림, 장소들을 경험해 본 다음 다시 "일요일의 마음"을 읽는다면 좀 더 깊이있는 책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이런 모든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이 책을 높이 평가하고 싶은 단 한 가지 이유는 저자이신 이남호 선생님의 솔직함 이었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저자 소개 부분이나 에필로그에 나오는 진실함이 읽고 있는 저를 더 기분좋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굳이 양장으로 묶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