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날 곰티비 스타리그에서 아주 재미난 경기를 보았습니다. SKT와 팬택의 프로리그 경기였는데, 2:2에서 에이스 결졍전까지 갔습니다. 에이스로 SKT에서는 저그 박태민 선수를, 팬택에서는 테란 이윤열 선수를 내보냈습니다.
싱겁게 이윤열이 이기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박태민 선수의 초반 저글링 러시로 이윤열 선수가 아주 곤혹을 치릅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이윤열 선수는 벙커 버그로 쌩고생을 합니다. 아주 느린 화면으로 보아야만 알 수 있습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말이죠. 프로게이머의 컨트롤이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었습니다. 0.2배속으로 봐도 꼼꼼히 보지 않으면 잘 모릅니다. ㅋㅋㅋ 버그의 진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왼쪽 사진의 빨간 동그라미 부분이 이윤열 선수가 컨트롤 중인 마린입니다. 저글링 때문에 벙커를 짓고 있죠. 완성을 시키고 그 마린은 벙커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놈 마린이 벙커속에서 총을 쏘질 않습니다. 케안습이죠. ㅠㅠ
이윤열 선수 당황하지 않고 SCV로 고치고 싸우면서 마린을 다시 빼서 벙커속에 집어 넣습니다. 그걸 본 박태민 선수의 저글링은 빠집니다.
이제는 안심이다 라고 생각하고 SCV는 미네랄로 고고씽합니다. 박태민 선수의 저글링은 그걸 보고 다시 달려들죠. 그런데 이게 왠일... 이놈의 마린은 또 총을 쏘질 않습니다. SCV 부랴부랴 뒤로 돌아서 벙커로 돌아옵니다. 오른쪽 위에 이런 긴박한 상황속에 새로 나온 마린입니다.
SCV가 벙커에 붙을 즈음 새로 나온 마린은 벙커에 들어가려다 박태민 선수의 저글링 컨트롤에 들어가보지 못하고 비명횡사 합니다. 이윤열 선수의 SCV는 벙커 고치고 저글링 지지고 필사적으로 싸웁니다. SCV는 강하잖아요.
왼쪽을 두들기던 저글링이 빠지자 이윤열 선수는 처음 마린을 벙커에서 빼서 다시 집어넣습니다. 그러자 이제서야 그 미친 마린이 총을 쏘길 시작하네요. 이 불꽃을 보기 위해 마린은 그렇게 벙커를 들락날락했나 봅니다.
막았지만 막은게 아닌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상대는 운영의 박태민 선수 아니겠습니까? 정말 이 당시 이윤열 선수의 상황은 답없음 이었습니다. 보통 S급 테란 선수들이라면 이 상황에서 울트라 수퍼 하이퍼 우주 방어 테란을 구사합니다. 오는거 막고 또 막고 또 막고... 베슬 모으고, 마린 모으고, 업그레이드 하고, 베슬 모으고, 그리곤 한방 러시를 가죠. 그런데 이것은 그렇게 하기에도 정말 너무 심각한 타격이었습니다. 앞마당 띄운 것도 아니고, 부서진 것도 아닌... 본진 안에서 극초반에 생 난리를 친 것이기 때문이죠. 다 부서진 서플.
하지만 괜히 천재가 아니죠. 이윤열 선수 마린 다 이끌고 생 마린 러시를 갑니다. 박태민 선수 진영에는 성큰 하나 완성, 두 개 변태 중인 상황이었죠. 마린은 도착했고, 메딕은 뒤에서 쫓아 오는 중. 메딕 기다리면 늦는 상황이었습니다. 안기다리고 들어가려니 좀 부담 스러운 상황이죠. 그런데 그 찰나. 정말 찰나 메딕 오기전, 변태 완료전 성큰 하나 부시면 메딕이 도착해서 힐해줄 정도 타이밍에 성큰을 일점사하면서 들어갑니다. 초 대박이었죠. 이후에 온 파벳 두 마리도 컨트롤로 저글링을 엄청 잡았습니다. 김창선 해설의 말대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그 러시로 이윤열 선수가 경기를 잡았습니다. 진짜 정말 아주 오랜만에 보는 아찔한 경기였습니다. 이런 역전승이 가장 재밌잖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