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려서 부터 100미터 달리기를 잘 못했다. 늘 나보다 키도 작은 아이들이 월등한 기록으로 달리는 걸 보면서 정말 신기해 하곤 했었다. 더 신기한건 같이 뛰는 상대와 별 차이가 없이 달렸는데도 늘 기록은 내가 많이 느리다는 점이었다. 왜 그랬을까? 그 해답은 언젠가 체육 선생님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었다. 100미터는 100미터를 들어오는 시간 까지를 측정한다. 그런데 보통의 못달리는 아이들은 90미터 정도 달리고 나머지를 속력을 줄여서 100미터에 정지할 수 있도록 달리고, 잘 달리는 아이들은 10미터를 더 달려서 110터 정도 되서야 멈춘다는 것이었다. 굉장히 설득력있는 말이었지만 그 말을 듣고나서도 나의 기록은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러한 나의 습성은 비단 달리기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오늘 문득 들었다. 난 늘 공부를 할 때에 마지막 몇 장을 열심히 하지 않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아직도 중학교 수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삼각함수를 잘 모른다. 어려운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법칙은 아예 모르고 기본적인 라디안 변환도 책을 찾아봐야 아는 수준이다. 물론 사인,코사인이 뭔지는 알지만...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삼각함수가 늘 상 수학책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 기말 시험에도 늘 범위에서 제외되곤 한다.
오늘 오전엔 자바 시험이 있었다. 실기 시험으로 치르는 시험이었는데 일종의 알고리즘 대회같이 그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단지 실시간으로 자신의 답을 확인할 수 없을 뿐 비슷한 출제유형이었다. 그 중 마지막 문제가 최소 볼록 집합(convex hull)문제 였다. 어디선가 어렴풋이 본 기억만 날 뿐 난 문제를 풀 수 없었다. 왜일까? 삼각함수처럼 기하 문제도 늘 알고리즘 책의 말미를 장식하기 때문이다.
그 문제를 손도 못대고 씁쓸한 기분으로 나오면서 곰곰 생각해보니 내 삶의 전반에 있어서 늘 뭔가 끝이 부족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늘 끝이기에 헤이해진 마음으로 임했고, 늘 끝이기에 대충했다. 그리고 그런 끝은 늘 내 삶의 어딘가에서 나를 가로 막는 장애물로 나타나곤 했다.
이젠 10미터 더 달리는 기분으로 끝까지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