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선생님하면 국어 교과서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 분의 작품을 시간을 내서 따로 읽은 적은 없지만 교과서 속에서 몇 번은 만났던 것 같은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이어령이라는 이름이 굉장히 익숙하게 느껴지더군요. 저자의 이름 뿐만 아니라 책의 제목도 저를 화악 끌어 당겼습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친말 디지로그라. ㅎ~ 말 자체가 신선하지 않나요? ㅎㅎ~
책 내용은 전체적으로 한국의 전통 문화를 통해서 자긍심을 일깨우는 내용입니다. 또한 그러한 문화가 앞으로 다가올 디지로그 세상에 가장 적합하다는 주장이지요. 내용을 읽다보면 이건 너무 심하게 가따 붙이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그동안 많은 사람이 단점으로 꼽았던 한국인의 습성도 이 책 안에서는 장점으로 변모 합니다.
그 중 가장 충격적인건 모호한 대답과 관련한 부분 이었습니다. 적당히, 서너개 이런 말들이죠. 음식 주문을 하거나 할 때 많이 쓰이죠. 정말 적당히란 말 이해하기 힘듭니다. 서너개 이런것도 몇 개를 달라고 하는지 애매하죠. 전 그 동안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는데, 책속에선 장점으로 바뀝니다. 발신 지향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수신 지향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실 발/수신 지향을 떠나서 수신자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는 커뮤니케이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물론 위와 같은 부분을 떠나서 책은 아주 재밌습니다. 잡으면 그 자리에서 다 읽을 만큼 재밌습니다. ㅋ-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그 속에선 이어령 선생님의 철학을 고이 엿볼 수 있었습니다. 분절이 아닌 화합을 주장하는 그의 전체적인 의견엔 같은 생각입니다. 특히나 책 내용 중에 나오는 IT 전문 내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애플 사과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Java의 기원 같은 것은 사실 IT 업계에 종사하고 관심이 없으면 알기 힘든 내용임에도 더 잘 알고 계신것 같았습니다. 특히나 한글의 과학성 부분은 더더욱 그렇더군요. 중국어나 일본어는 오토마타 구성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입력 방식이 굉장히 불편한데 반해서 한글은 정말 컴퓨터를 위해 개발된 것 처럼 입력이 편리하죠~
왜 아침은 이렇게도 아름다운가. 아직 그 빛 속에 어둠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저녁 노을은 왜 이렇게도 아름다운가. 다가오는 어둠 속에 아직 빛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빛과 어둠이 엇비슷하게 존재하는 아름다운 세상. 그것이 한국인이 오랫동안 참고 기다렸던 그 공간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만나는 기분 좋은 시간, 한국인의 시간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만나는 기분 좋은 시간. 그 시간이 정말 한국인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읽고나면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에 한껏 충만할 수 있는 그런 책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