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를 봐야 손해를 안 본다.

@codemaru · August 28, 2006 · 4 min read

능력 대신 요령을 익히면, 그만큼 손해를 본다. 손해를 보는 듯싶지만 남의 일까지 대신 다 하는 사람은 능력 또한 남의 몫까지 얻는다. 그러니까 손해를 봐야 손해를 안 본다.

안정효님의 "글쓰기 만보"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특히나 마지막 문장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제 짧은 삶을 돌아볼때에도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저는 굉장히 논리적이고 차가운 성격이라 손해를 보는 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선택할때마다 늘 계산하고 재고 측정하는 일에 익숙합니다. 그 결과가 적어도 1은 되어야 그 일을 선택합니다.

제가 병특을 처음 시작했던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절 특례닷넷이라는 유명한 사이트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정말 병특과 관련된 흉흉한 글들만 올라왔었습니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저는 자신만만하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절대로 저런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을것이야. 그리고 실제로 구인 활동을 하면서 여러 업체 사이에서 재고 계산하고 측정했습니다. 그리곤 제가 병특으로 처음으로 일하게 된 회사에 들어가서도 몇 달동안 편입하지 않고 계산만 하고 있었죠~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컬 하게도 그렇게 다짐하고 계산해서 들어갔던 회사는 일년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그 전에 저의 선택지에 포함됐던 다른 회사들은 지금도 잘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어이없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그 시절 손해를 본 것이 큰 기회를 주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는 일자리를 잃었고 그 당시 제가 부산에서 일할 곳은 없었습니다. 많은 양의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번번히 거절만 당했죠. 결국 전 어쩔 수 없이 서울로 가게 되었고, 큰 기회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정말 손해 보기를 싫어합니다. 가장 최선의 선택을 매 순간순간 하려고 하죠. 알고리즘으로 생각해 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리디 메소드로 동작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리디 메소드는 선택 문제에 있어서 최적의 해를 찾아내진 못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나 우리의 삶에 있어서는 많은 경우에 손해를 본 다음에 더 큰 기회가 오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codemaru
돌아보니 좋은 날도 있었고, 나쁜 날도 있었다. 그런 나의 모든 소소한 일상과 배움을 기록한다. 여기에 기록된 모든 내용은 한 개인의 관점이고 의견이다. 내가 속한 조직과는 1도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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