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codemaru · July 30, 2006 · 6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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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도 이 책에 대해서 썼지만 꽤나 고무적인 내용의 산문집입니다. 누구나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모두들 겉보기와는 다른 자신의 내면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산문집 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엄청나게 성공한 캐리어 우먼인 작가도 그 이전에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 준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낯설고 물 설은 곳을 헤매어다닐 때 저는 어떤 작가도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엄마도 아닌 철저하게 익명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
모두가 내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 부모 내 가족 내 친구들 어쩌면 내가 아침마다 만나는 내 육신조차도.
...

거울 속의 내 모습, 사람들의 망막 위에 투사될 내 실루엣, 나는 어쩌면 그것을 위해 인생을 연극하듯 살고 있었던 것이었을까요? 어쩌면 우리 모두는 전부 연극하듯이 살고 있는건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자신을 만드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이 보는대로 자신이 만들어진다는 것처럼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지요. 문득 진짜 나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단지 다른 사람들의 망막에 투시된 실루엣이 아닌 진정한 내 모습. 가끔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렸을때의 저는 지금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자라면서 주위의 말들이 점점 저를 지금의 저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기에 실은 고통스럽습니다. 이 세상 어떤 직업, 어떤 창조가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마는, 가끔씩 텅 빈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비빌 언덕이 간절해 집니다. 말하자면 누가 맘에 드는 힌트를 주거나 누구의 글을 번역하거나 누구의 글을 고치는 작업을 한다면 참 좋겠다,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 부분은 글을 코드로 대치한다면 저에게도 반쯤은 해당되는 말일것도 같았습니다.코드를 새로 쓰는 작업도 얼마간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작업이기 때문이죠. 특히나 그런 것들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면 정말이지 비빌 언덕이 간절해 집니다. 그럴때마다 온라인 세상을 뒤지고 돌아다니죠. 그 비빌 언덕을 찾기 위해서...

산문집 전체에 걸쳐서 많은 부분에 인용이 나옵니다. 작가인 공지영님이 얼마나 책을 많이 읽는지, 책을 좋아하는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읽다보니 문득 프로그래머인 저는 얼마나 많은 코드를 읽고 있는지 궁금해 졌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많은 코드를 읽은적이 없는 것 같더군요. 깊이 반성해야 겠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도 어느 책의 구절을 인용하는 것 처럼 누군가의 코드라고 인용을 하는 문화가 생겼으면 하는 조그만 바램이 생겼습니다. 물론 그것이 쉬이 복사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긴 하지만요~

친구가 말했습니다. 당하면 외로움이고 선택하면 고독이라고, 우리는 한참 웃었습니다. 외로우니까 글을 쓰고, 외로우니까 좋은 책을 뒤적입니다. 외루우니까 그리워하고 외로우니까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합니다. 어떤 시인의 말대로 외로우니까 사람입니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두 외롭고 고독한 존재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외로움과 고독에 관해 쓰고 있는 이 책을 통해서 얼마간 그런 것들이 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code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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