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분사(?)를 하면서 예전에 일하던 일부 사람들과 헤어지게 되었다. 그 중에 같이 개발실에 있었던 분이 선물로 준 책이다. 어제 받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별다른 부담있는 내용도 아니고 분량도 작아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같은 스타일의 책이다. 음. 아마 거의 같은 유형인 것 같다. 치즈에는 쥐가 등장하지만 이 책에는 개구리가 등장한다는 점을 빼면 거의 똑같을지도 모른다. ㅠ.ㅜ~ 다시 생각해보니 갈메기 조나단과도 비슷한 내용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책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 철들은 개구리가 삶에 순응하지 않고 도전해서 뭔가를 성취한다는 내용이다. 그 와중에 부엉이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그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성공적인 삶에 필요한 요소들을 설명한다.
"열 번 스무 번 강조해서 말하지만, 마치 물과 같이 되어야 하는 게야. 세상에 물처럼 연약한 것이 없다. 무엇과 충돌하건 그 앞에선 휘어지고 흩어지지. 그렇지만 가장 단단한 바위나 무쇳덩어리를 쪼개는 것도 역시 물이다. 물은 휘어지고 돌며, 굽이쳐 흐르고, 위로 아래로 옆으로 자유롭게 그 방향을 바꾼단다."
진부한 구절이지만 그나마 위의 구절이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흔히들 대나무나 갈대에 많이 비유되기도 한다. 바람에 거세게 저항하는 나무나 풀들은 바람에 쉬이 꺾이지만 대나무나 갈대는 바람과 그 방향을 같이 하기에 거센 바람이 불어도 꺾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책의 내용에는 신선한 것이 없었다. 차라리 역자가 후기로 덧붙인 내용중에 소개되는 아래 내용이 더 감동적이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 주의 붉은 언덕에서 백인과 노예의 후손들을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안게 되는 꿈입니다. 내 아이들이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스튜어트 에이버리 골드라는 서양 사람이다. 그런데 책 전체 내용과 스타일을 쭈욱 보면 거의 동양 사상에 완전 심취한 사람처럼 보인다. 요즘 책들을 보면 참 웃긴게 서양에서 나온 책 중에 많은 것들이 동양의 사상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써서 서양에 수출해도 모자랄 판국에 이런 책들이 번역되어 수입된다는 사실은 참 씁쓸하다.
몇 해전부터 이런 류의 책이 서점가에서 베스트 셀러로 등극하면서 정말 지지리도 많은 이런 류의 책들이 나왔다. 그러나 아직도 서점의 많은 부분을 이러한 책들이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재밌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뭔가 교훈도 있지만 맨날 똑같은 교훈 똑같은 내용을 담은 이 책들이 이토록 성행하는 이유를 당췌 이해할 수 없다.
공대생의 과반수 이상이 면접 시험에서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꼽는다고 한다. 음. 물론 나도 그 책을 굉장히 인상깊게 읽었지만 감명깊게 읽은 책에 들어갈 부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더욱이 요즘같이 그러한 책이 판을 치는 시점에서는 ㅠ.ㅜ~ 내가 만약 면접관이고 나에게 면접을 보는 사람이 그런 대답을 한다면 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저 사람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군...". 물론 이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 보일지도 모르지만 대체로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끔 한권씩 읽는 책이 이런 부류의 책인 것 같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