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렸을 적에는 컴퓨터 책을 많이 읽었었다. 새뱃돈으로 내가 부린 거의 유일한 사치는 컴퓨터 책을 사는 것이었고, 여자 친구랑 영화를 보러 가서도 컴퓨터 책을 끼고 보면서 눈총을 받기도 했었다. 그 책은(The Art Of Unix Programming)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다는 항변을 하는 바람에 더 욕을 먹기도 했었다. 어쨌든 그랬던 나도 언제부턴가 기술 서적을 많이 읽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기술 서적에 대한 취향도 다소 바뀌었는데 어렸을 때에는 특정 기술에 대한 세부 사항을 설명하는 책을 많이 읽었다면 지금에서는 그런 책보다는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조엘 온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심리학, Old New Thing, 이펙티브 프로그래밍 등의 이념서나 에세이 류로 분류되는 책을 더 많이 선호한다. 물론 새로운 기술을 접할 때면 개요를 정리한 튜토리얼 성격의 책을 읽기는 하지만 최근에 딱히 새로운 기술이랄만한 것을 접한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여튼 자랑은 아니지만 고백컨데 기술 서적을 읽은지가 제법 오래된 것 같다. 간간히 아마존에서 영어 공부한답시고 원서 사서는 조금 보다 말고 한게 전부라 마지막으로 감동적으로 읽은 기술 서적이 뭐였는지도 까마득하다. 배꼽잡고 반성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랬던 차에 오늘 우연히 삘이 확 꼽히는 책 제목을 보게 되었다. "7가지 동시성 모델"이라는 책이다. 벌써 제목에서 뭔가 반드시 읽어야 할 것 같은 강한 냄새를 풍긴다. 거기다 번역을 무려 임백준님께서 하셨으며, 목차마저도 깨알같았다. 벌써 나는 리디북스에서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PDF라는 표기가 다소 나를 찜찜하게 하긴 했었다. 그리고 구매해서는 폰으로 책을 열었는데 PDF였다. 폰에서 보기에는 너무 조악한 화면.
시원시원하게 27인치 모니터로 흡입해 버리겠어, 라는 마음과 함께 PC용 리디북스 버전을 설치했다. 설치하고 계정 로그인을 했다. 하지만 난 곧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책은 아래 화면과 같이 어떠한 이유(아마도 저작권이나 유출등의 문제)로 PC용 버전은 지원이 되지 않는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뭐병 ㅠ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 한 차례도 들어가 보지 않았던 윈도우 스토어를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거기다 리디북스를 쳤지만 그런 앱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옆에 있는 7인치 태블릿에 리디북스를 설치했다. 폰보다는 볼 만하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러다 리디북스 페이퍼를 잠깐 살펴봤는데 6인치, 역시 조악할게 뻔하다. 이참에 PDF에 최적화된 태블릿을 사야하나 고민중… 리디북스가 윈도우 스토어를 어서 빨리 지원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애매하긴 하다. 윈도우 스토어도 PC인가?…
심심해서 킨들에서 원서 샘플 다운로드 받아봤는데 퐌타스틱하게 보여진다. 기냥 원서를 샀어야 하는건가? PDF가 만악의 근원인건지 그걸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리디북스 뷰어가 만악의 근원인건지. 내가 그걸 깔끔하게 볼 디바이스를 가지지 않은게 잘못된건지 킁. 여튼 간만에 컴퓨터 책 한 번 읽으려다 심히 좌절중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