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무료하던 시점 어릴 때 생각이 나서 월광보합 파이널2를 산 적이 있었다. 사서 한두번 하다가 내가 생각했던 느낌은 아니라 한구석에 방치돼 있었다. 추억이란게 보통 그렇다. 생각할 때는 그럴듯하지만 막상 다시 마주해보면 그 느낌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기억만으로 간직하는 게 더 좋은건지도.
무튼 그러다 최근 애들 방을 새로 만들어주면서 작은 애 방에 공간이 있어서 방치된 모니터에 연결해서 레트로 게임기를 만들어줬다. 그리고 킹 오브 파이터즈 98을 아들과 함께 했다. 사실 애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른다. 그냥 막 누르는 거. 기술을 알려준다고 해다 필요 없다는 대답. 그럼에도 아들은 몹시 신나했었다. 어쨌든 그렇게 둘이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2025.9.27은 몹시 인상적인 하루였다.
추석 연휴 즈음 컴퓨터가 고장나서 컴퓨존에 수리를 맡기면서 애들 컴퓨터를 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배그 정도 돌아가는 컴퓨터로 조립을 했다. 굴러다니는 잡동사니 부픔이 많은 줄 알았는데 죄다 오래된 것 밖에 없어서 결국 쓸 수 있었던 건 ssd와 파워 뿐이었다. 심지어 파워도 400w라 간당간당한데 그래픽 카드가 좋은 건 아니라 될 거 같아서 그냥 사용했다. 램도 4g 3개가 굴러다니는 게 있어서 쓰면 되겠다 싶었는데 gpt한테 물어보니 ddr3라 호환이 안된다는 말. 어쨌든 어찌저찌 10만년만에 조립을 해서 동작시켰다. 몹시 아이들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반응은 시큰둥했다. 새로운 컴퓨터로는 애들과 새로운 게임을 함께 했다.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애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다. 하다 보니 언젠가 얘들이 커서 자식을 가진다면 그때는 마인크래프트를 함께하면서 나같은 생각을 하겠다 싶었다.
천하를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데이비드 베컴은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로, 아내가 자신이 먹는 음식을 함께 먹었던 일을 꼽았다. 아내 빅토리아 베컴은 25년째 생선과 찐야채만 먹는다고 한다. 단 한 번 임신했을 때 베컴이 먹는 걸 같이 먹어줬다고 한다. 별것 아닌 일처럼 들리지만, 어쩌면 우리는 무엇이든, 내가 좋아하는 그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그 순간 자체를 가장 좋아하는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