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소수정예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이 많으면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올라갈 뿐더러, 업무 외적인 일들로 발생하는 문제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궁극에는 능력만 된다면 혼자 일하는 게 제일 좋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건 범인에게는 로망이나 꿈일 뿐이다. 혼자서는 독자적으로 부가가치 창출을 하기가 무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그러듯 모여서 함께 지난한 밥벌이를 한다.
시간이 많이 지난 먼 미래에 2024년을 어떻게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을 기준으로는 올해는 정말 쉽지 않은 한해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여러모로 안좋은 국면을 지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나쁜 소식이 하나 있어서 이제 끝나려나 하면 어서와 끝인줄 알았지, 라며 새로운 악재가 또 우리를 반겨준다. 엎친데 덮쳤다던가 산 넘어 산이라는 표현이 딱인 해가 2024년이 아닌가 싶다.
그런 어려운 국면을 지나다보니 모여서 함께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은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바로 분산 투자 같은 장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혼자였으면 진작 멘붕에 빠져 나가 떨어졌을 것 같은 상황임에도 여럿이 같이 일을 하니 각자 몫 만큼만 데미지를 입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혼자서는 버티지 못했을 상황도 이겨낼 수 있는게 아닌 가 싶다. 고로 개인보다는 조직이 강한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에서 참으로 좋은 것은 그 무엇이든 시련을 통한 단련을 거친다. 찬서리를 여러 번 견디고서야 사과에 깊고 오묘한 맛이 들 듯, 이 세상에서 모든 진선미는 비바람에 흔들리는 일 없이 꽃을 피우는 법이 없다.
이러한 이치는 우리말 ‘부질없다’의 의미에 잘 녹아 있다. 부질없다는 ‘불질이 없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불질은 단련의 과정을 말한다. 단련은 쇠붙이를 불에 시뻘겋게 달구어 망치로 두드리고, 이후 찬물에 담가 급하게 식히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단련의 과정을 거쳐야 쇠가 강철로 단단해지며, 이러한 단련을 거치지 않으면 쇠붙이가 물러 터져서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한다. 이처럼 불질(단련)을 거치지 않은 쇠붙이는 만들어 봐야 아무 쓸데가 없다는 뜻에서 ‘부질없다’는 말이 유래한 것이다.
<오십에 읽는 주역>, 강기진
부디 이 어려운 시기가 백련강이 되기 위한 불질의 시기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