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의천도룡기 2019

@codemaru · January 29, 2021 · 5 min read

넷플릭스를 방황하다 우연찮게 틀게 된 "의천도룡기 2019"가 내 인생 첫 중드가 되었다. 이상하게 중드는 그간 잘 보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어렸을 적 이연걸의 광팬이었고, 홍콩 무협 영화를 좋아했었던 것을 보면 딱히 중드를 안 볼 이유도 없는데 그저 이상하게 중드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던 기억이 많았다. 그럼에도 의천도룡기를 정주행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아무래도 여캐들의 훈훈한 비주얼 탓이 아닌가 싶다. 그간 한중일중 미모는 한국이 원탑이라 생각했었는데 의천도룡기를 보고 생각이 다소 바뀌게 되었다. 여튼 각설하고,...

김용의 소설 원작을 읽지 않았지만 의천도룡기 또한 그의 다른 소설과 비슷하게 몹시 재미있다. 시대를 초월해서 바뀌지 않는 인간상, 그리고 고뇌할 수 밖에 없는 인생사를 그리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욕망, 그리고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집요하고 끊질기며 처절하게 이어지는 집착, 그런 모든 면에서 이 드라마는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조민이다.

내가 조민이다.

그 모든 스토리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캐릭터는 다름아닌 조민이었다. 물론 그녀가 여주이면서 가장 예뻐서 그랬다는 점도 부인은 못하겠지만 그것 외에도 그 캐릭터가 보여주는 태도는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것을 위해서는 엄청난 희생이 따를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처절하고 끊질기고 집요하게 그 사랑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그녀 출신 성분 자체가 그것을 통해 얻을 것 보다는 잃을 것이 더 많다는 점은 그 과정을 더욱 납득하기 힘들게 만들었지만 반대로 또 더 애절해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드라마 3대 빌런을 꼽자면 나는 아미파의 멸절사태, 대사저, 지약을 꼽겠다. 작가가 남자라 그런지 악역을 여자 무림파에 몰아 넣은 감이 없잖아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주장을 죽음을 앞에 두고도 굽히지 않으며 의미 없게 죽어서 여러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고집불통 빌런 멸절사태, 그리고 본인의 알량의 권력을 믿고 위로는 굽신거리며 아래 사람들에게는 끊임없이 막대하는 대사저, 그리고 우유부단 빌런의 끝판대장 지약.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끝까지 인간의 처절한 고뇌를 담고 있다. 이루어지면 안 되는 정파와 사파의 사랑, 자신의 복수를 위해 한 평생을 바치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한 남자, 그들 사이에서 출생부터 복잡하게 꼬여버린 주인공,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의 처절한 사투, 대업과 사랑 사이의 갈등 같은 우리가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시대를 초월한 온갖 고뇌와 인간 군상들을 닮고 있기에 이 드라마는 재밌었고 유익했다.

@codemaru
돌아보니 좋은 날도 있었고, 나쁜 날도 있었다. 그런 나의 모든 소소한 일상과 배움을 기록한다. 여기에 기록된 모든 내용은 한 개인의 관점이고 의견이다. 내가 속한 조직과는 1도 상관이 없다.
(C) 2001 YoungJin Shin, 0일째 운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