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흔적, 자취, ???

@codemaru · December 29, 2004 · 4 min read

문득 편지랑 영화가 생각났다~ 음... 박신양과 최진실이 나오는 조금은 오래된 영화... 예전 그 영화를 참 재밌게 봤었다. 특히 그 여름의 수목원은 정말 나를 울리게 할 만큼 멋있었다~ 그 중에서도 박신양의 대사를 참 좋아라 한다~

사랑이란 언제나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그 깊이를 알지못하는 거라고 했다.
지금 나는 내 사랑
그 깊은 뿌리를 보고 있다.
서로 남 모르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짧은 시간 나눈 사랑의 깊이가
이토록 깊고 크고 감당하기 벅찬 것일 줄은 몰랐다.

-- 영화 <편지> 중에서.... -

내용은 박신양이 결혼해서 얼마 있다가 죽게 되고, 역무원에게 부탁해서 죽고난 후에도 일정 간격으로 그가 미리 써 둔 편지를 배달한다는 내용이다. 음 박신양이 그런 행동을 취한 이유야 최진실을 워낙 사랑한 탓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녀가 그를 쉽게 잊지 않기를 바랬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존재했다는 흔적 내지는 자취를 오랫동안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죽고 나서 남는 흔적이란 자서전 내지는 그의 일기가 전부인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것들을 제외하고도 많은 것들이 남게된다. 얼마전 제닉스님의 블로그에서 읽었던 살해된 여중생의 싸이도 그런것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죽었지만, 그 싸이는 그녀의 흔적을 담고 있는 것이다.

네트웍의 시대인 요즘은 그러한 흔적을 남기는 일은 훨씬 수월한 것이다. 물론 연결이 끊기지 않는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있다. 내가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인 스티븐스 아저씨의 홈페이지 (http://www.kohala.com/start/)도 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가 죽은지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홈페이지는 마치 아직도 그가 살아있는듯한 느낌을 준다. 스크립트 몇줄과 미리 입력된 데이터베이스만 있다면 아마 아직도 감쪽같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프로그래머라면 자신이 죽고 나서도 반복적인 일들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특정인에게 일정 기간으로 보내지는 이메일 내지는 매크로, 또는 바이러스등을 상상할 수 있다. 이런 걸 하나쯤 남기고 가는 것도 엄청난 자신의 유전정보를 남기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 백년쯤 들키지 않고, 자신을 네트웍을 통해 복사시키면서 은밀한 어떤 작업들을 하는 프로그램... 상상만해도 멋지지 않은가? ㅋㅋㅋ~

오늘은 따라 왠지 먼가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생각이든다~

@code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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