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이야기...

@codemaru · December 23, 2004 · 7 min read

난 이제껏 미천한 실력이지만 각기 다른 과외를 통해서 세명의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오늘 간만에 메신저에 접속했다 그 아해들 중 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제는 떳떳한 대학생이 되어 군대로 고민하고 있는 그 놈... 간만에 생각해서 그 아이들 이야기를 좀 해보려 한다.

#1

내가 처음 과외를 했던 아이는 여친의 동생이었다. 지금은 멀리 가버린 그녀... ㅋㅋㅋ~ 난 한사코 내가 과외를 하지 않기를 원했으나, 어머니의 원성과 함께 여친의 조름에 못이겨 시작하게 되었다. 게다가 여친 동생이라는 명목으로 무료 과외를 표방하고 나섰다.. 물론 추후에 섭섭치 않은 금액을 받게 되었다. ㅋ~ 흐흐~

하지만 내가 한 과외중에 가장 힘든 과외였다. 그 아이는 외고를 다니고 있었고, 기숙사 생활을 했다. 그래서 난 주말에 4시간씩 과외를 해 주었다. 그것도 전과목,... 커헉~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나 자신도 네시간 버티기가 힘든데,... 다른 아이를 네시간 가르칠려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첨엔 재밌게 가르쳤고, 나만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었다. 그것도 한달이 채 되지 않아 바닥나 버렸다... 그런 다음부터 우리는 늘 침대에 누워서 과외를 했다. 네시간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ㅋㅋㅋ~ 간혹 누워 자는 날도 있었다... 흐흐...

내가 그렇게 가르친 탓도 있겠지만 그 녀석은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었고 호주로 유학을 갔다. 있는 집 자식이 틀리다는 걸 알게되었다... ㅠㅜ~ 내가 과외를 한 아이 중에 유일하게 연락하지 않고 지내는 놈이다. 왜냐면 그와의 연결고리가 더 이상 유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2

두번째 과외를 맡은 놈은 참 희한한 놈이었다. 어느 날,.. 불현 듯... 나의 홈페이지로 과외를 부탁한다는 글이 날라왔다. C언어를 배우고 싶은 학생이라 했다. 찌는듯한 여름 난 그 아이를 찾았고, 난 그 놈에게 C언어를 가르쳐줬다.

그 과외에는 가장 편한 과외였다. 일주일에 두번 두시간씩 과외를 하는 것이었고, 시간대비 보수도 가장 좋았다. 거기다 난 그 과외를 위해 준비할 것이 하나도 없었으며, 과외 시간이 지루하지도 않았다. 여차하면 디버깅 하느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거기다 부모님께서 많이 신경을 쓰지 않아서 과외 시간을 내 멋대로 조정했다... ㅋㅋㅋ 한마디로 완전 땡보였던 셈이다...

그 녀석은 과외하던 중 정보올림피아드 공모전 부분에서 장려상을 받았고, 그걸로 특기 전형으로 지방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진학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지내는 놈이다. 지금쯤 군대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듯 하다.~

#3

세번째 나의 과외를 받은 학생은 중학교 선생님을 통해 소개받았다. 그 선생님이 고등학교로 옮기시고 맡은 교실의 반의 문제아였다고 한다. 그런데 컴터를 무지하게 좋아해서 나에게 과외를 좀 부탁했으면 한다고, ㅋㅋㅋ~ 나야 좋았다. 그 시절 난 배고픈 시절이었기 때문에 찾아가서 과외를 맡게 되었다.. 흐흐~

이 녀석 컴터를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덩치도 산만한게 수줍음은 무지하게 탄다... 정말 귀여운 놈이었다. 근데 부모님과 트러블이 좀 있었다. 난 수학/영어를 가르쳤고,.. 그 녀석은 나를 존경했다. 왜냐면 내가 자기보다 컴터를 더 잘했기 때문이다... ㅋㅋㅋ~ 수학은 별로 가르치지 않았고 매일 영어 단어만 외우게 했다. 그게 젤 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사만하고 집으로 왔다. 아마도 내가 그 녀석 고2때 맡아서 고3이 되려던 무렵 그만둔 것 같다.

이 녀석도 나와 자주 연락을한다. 내가 그의 만화책을 빌려본만큼 난 그에게 밥을 사줬기 때문이리라... 녀석도 지방 4년제 대학에 진학했고,.. 지금은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아마 조만간 끝날 것 같다~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내가 세 사람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함께했다는 건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다보니, 고3 수험생들만 잔뜩 과외를 한 것 같다... ㅋㅋㅋ~ 바램이 있다면 이쁜 여고생 과외를 한번 해보는 것... ㅋㅋㅋㅋㅋㅋㅋ~

또한 #2, #3번 녀석들은 나에게도 굉장히 도움이 되었던 놈들이다. 그 당시 회사의 월급이 그렇게 많이 밀렸음에도 내가 꾸준히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이 녀석들의 재정적인 지원 때문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흐흐~ 하지만 다시 학교로 돌아가도 과외를 하진 않을 것 같다. 해보면서 자신이 직접 뭔가를 하는 것보다 가르치는게 훨씬 더 어려운 일임을 깨닳았기 때문이다. ~

@code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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