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피츠제럴드 단편선 2

@codemaru · February 06, 2009 · 5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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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앞 둔 영화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원작인 피츠 제럴드의 단편,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이 인기다. 관련 단어로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해보면 그야말로 책들이 쏟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금 안타까운 사실은 영화 제목을 의역을 하면서 소설 제목까지 같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제의 제목이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책이 영화 제목을 따라서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고 출판되고 있다.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만을 읽고 싶은 분이라면 아래 주소에서 원문을 다운로드 받아서 읽어 볼 수 있다. 단편이라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쉽게 읽겠지 하고는 다운 받았는데 보기 보다는 쉽지 않다. ㅋㅋㅋ~
http://feedbooks.com/book/3431

책에는 총 6편의 단편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다들 마음에 들었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뛰어난 작가적 상상력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이 따위 생각을 했을까?'하는 느낌. 그 중에 특히 《해변의 해적》이라는 작품이 맘에 들었다. 작가적인 상상력이 번뜩이지는 않는 통속적인 내용이었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문장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눈과 머리가 즐거웠다고나 할까?

이 황당한 이야기는 푸른 꿈과도 같고 파란 실크스타킹처럼 다채로운 바다에서, 어린아이의 동공처럼 푸르른 하늘 아래에서 시작된다.
...
태양에서 5시가 굴러 내려와 조용히 바다로 빠졌다.
...
핫케이크를 버리듯이 그 여자를 버리라고 했더니 그 사람은 그대로 했어요.
...
"자루에 뭐가 들었죠?" 아디터가 부드럽게 물었다.
"플로리다 진흙이요. 내가 당신에게 말한 두 가지 진실 중 하나이죠."
"나머지는 알 것 같은데요.· 그녀는 발끝을 세우고 그에게 부드럽게 키스했다.


피츠제럴드, 《해변의 해적》 中

이쯤되면 원문도 보고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역시나 인터넷엔 없는게 없는 요즘 세상. 아래는 발췌한 부분의 원문이다. 근데 번역을 너무 잘해서 사실 원문이나 번역문이나 느낌은 고놈이 고놈인듯. 역시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답다.

This unlikely story begins on a sea that was a blue dream, as colorful as blue-silk stockings, and beneath a sky as blue as the irises of children's eyes.
...
Five o'clock rolled down from the sun and plumped soundlessly into the sea.
...
I told him to drop her like a hot cake, and he did.
...
"What was in the bags?" she asked softly.
"Florida mud," he answered. "That was one of the two true things I told you."
"Perhaps I can guess the other one," she said; and reaching up on her tiptoes she kissed him softly in the illustration.

F. Scott Fitzgerald, "The Offshore Pirate"

《해변의 해적》은 주인공인 도도한 아가씨가 한 남자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남자가 조금 어처구니 없는 수법을 쓰긴 하지만, 어쨌든 그들의 이야기에 잠시나마 낭만적인 환상에 빠질 수 있었다. 도도한 주인공 아디터의 캐릭터도 맘에 들고 말이징. 물론 현실 세계에서 만난다면 ㅂㅁ일지도 ㅎㅎ...

아래 그림은 피츠제럴드가 처음 쓴 《해변의 해적》의 엔딩 부분이다. 처음에는 아디터의 꿈으로 결말을 지었다가, 극적 재미를 위해 지금처럼 결말 부분을 고쳐 썼다고 한다. 이런걸 보면 '창조란 참 고달픈 작업인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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