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다마링크 :: 2009/01/16 20:45



기욤 뮈소의 다른 작품들과는 구성이나 진행이 조금 색다른 책이었다. 사실 스토리가 쫙쫙 눈에 달라붙지는 않는 그런 책이었다. 읽으면서 이런 류의 책은 xxx가 더 잘쓰는데, 라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영화로 친다면 스릴러 물이라 할 수 있겠다. 스릴러의 생명은 죽으나 사나 텐션이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순간 스릴러는 끝난게 아닐까. 그런 점에서 텐션이 좀 떨어진다는게 아쉬웠다. 더욱이 내용이 너무 작위적이서 의심이 많은 독자인 나를 괴롭혔다. 현대 사회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을 담은 내용임에도 그 모든 잘못을 한 인간의 죽음으로, 한 회사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방식도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여튼 요론 불만 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다. 등장인물 중 한 명, 바버라가 주변 누군가와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행동 내지는 그녀의 심리를 보면서 그 사람을 떠올리곤하는 독특한 재미가 있었다.
"그거 알아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러니까 ... ... "
"뭔데요?"
"당신한텐, 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녀는 내 손을 잡으며 짧게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한지 오래 됐어요."
첫 키스를 나누기 2초 전, 그녀는 그렇게 고백했다.
정말 영원히 기억에 남을 그런 저녁 시간이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전기 축음기에 LP판을 올려놓고, 우리는 흘러간 옛 로큰롤 음악을 감상하며 100년도 전에 생산된 명품 포도주에 취해 근사한 밤을 보냈다. 나는 재미삼아 벽난로에 장작 몇 개를 집어넣었다. 밤새도록 난로에서 타닥거리며 타는 불씨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몇 일전 외근을 나가면서 지나던 예술의전당에 붙어있는 "피가로의 결혼" 포스터를 보았다. 동시에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가 낡은 LP판으로 틀던 그 아리아가 애틋하게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교도소를 울리던 아름다운 목소리, 선율. 책의 이 부분을 읽으면서 LP를 돌려서 들으면 어떤 소리가 날지 궁금해졌다. 사실 난 한번도 직접 LP를 돌려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호기심이기도 했다. 여유가 된다면 정말 진지하게 LP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여유가 된다면 ... ...

소설 속 주인공들이 크리스마스 밤의 호사를 누리는 장면을 읽노라니 옛날 할아버지 댁에서 하던 불장난이 떠올랐다. 아궁이에 치는 불장난이란. 그때는 그런 것들이 소중한 추억이 되는지도 몰랐었는데, 이제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애틋한 일들이 되어버렸다. 사이다를 반쯤 탄 정종을 드시면서 하시던 할아버지의 레파토리도 다시금 듣고 싶은 그런 밤이다. 온통 디지털로 뒤덮힌 세상을 지나치다보면 가끔은 노이즈가 약간은 가미된 아날로그가 그리운 날이 있다.

그러고보니 할아버지 댁에 있었던 낡은 전축엔 턴테이블이 달려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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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voss | 2009/01/19 08: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 이노래 좋은데 오랜만에 듣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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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dewiz | 2009/01/22 18:22 | PERMALINK | EDIT/DEL

      저도 진짜 오랜만에 들었어용... ㅎㅎ^^;;
      직접 가서 한번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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