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풍경

@codemaru · November 08, 2008 · 6 min read

마음풍경 책

마음풍경 책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특별히 끌리는 부분도 없을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그 때문에 그가 좋은 것이 아니라
그가 좋아 그 부분이 좋은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그저 좋은 것입니다.

_원태연 산문 "원태연 알레르기" 중에서

예전에 류시화 시인을 좋아하던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류시화씨나 원태연씨는 너무 상업적인것 같아. 그래서 난 싫어."

그런데 참 재미난 사실은... 사실 전 류시화씨나 원태연씨의 시를 무척 좋아했다는 겁니다. 마음속으로 말이죠. 하지만 그 때는 그런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 척하는게 멋있어 보였나 봅니다. 그러니 저런 소리를 잘도 지껄이고 다녔던 거겠죠. 비슷한 일들이 미인대회에서도 벌어진다고 합니다. 언젠가 읽은 책에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미인대회의 심사위원들은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고르게 된다

그만큼 우리는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말이죠. 진짜 좋은 것. 가장 좋은 것은 그냥 좋은 것입니다.
아직도 남들의 눈이나 이유 때문에 망설여 지시나요? 그렇다면 자신에게 비겁한 겁니다.
그냥 쭉 생각대로 가는 거예요. 우물쭈물하기엔 세월은 너무도 빠르답니다.

행복이란
붉은 홍차를 끓이며
흘러간 샹송과 모차르트를 번갈아 들으며
회전목마처럼 계절이 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행복은 밖에 있는 선물이 아니라
내면 속에서 내 스스로가 만드는 마술이다.

_김영희 에세이 중에서

행복은 늘 우리 가까이 있죠. 얼마전에 본가에 갔다가 케케묵은 일기장을 들춰볼 일이 있었답니다. 아주 오래된 일기장이지요. 앞자리 숫자가 일로 시작하는 년도에 쓰여진. 고마움이라는 제목의 일기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답니다. ㅎㅎ~

매점 할머니가 아무도 없는 시간에 늦게 도시락을 먹어도 아무말 안할 때. 붕어빵 아저씨가 1000원에 6개인 붕어빵을 7개 줄 때. 누나가 월급날이라고 피자 사줄 때. 생일이라고 엄마가 미역국 끓여줄 때. 힘들 때 옆에서 친구가 격려해 줄 때. 아침일찍 학교에 가는데 청소부 아저씨가 열심히 청고하는 것을 보았을 때. 성적이 나빠도 부모님께서 아무말 안하실 때. 이주일이나 늦게 책을 가따줘도 연체료 받지 않을 때...

...
고마움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아주 중요하단다.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행복이란 것을 알지 못할거야. 반대로 고마움을 자주 느끼면서 사는 사람은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거라고 할 수 있어. 하지만 우리는 매사에 이런 고마움들을 사소하게 넘기기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고 언쟁이 벌어진단다.
...

다시 읽고도 너무 깜찍해서 피식 하고 웃었습니다. 왜냐면 그 때 생각이 났거든요. 야자(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도망 가따와서 늦게 저녁을 먹으로 가던 그 시절의 추억이란... 또 한편으론 씁쓸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일기에 적은 행복을 모르는 사람처럼 산 것 같기도 해서 말이죠. 고마운 일이 저렇게도 많은대도 너무 사소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그런것에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가끔 이런 책들을 읽으면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가끔 말이죠. 그래서 강추하고 싶은 책이예요.

@codemaru
돌아보니 좋은 날도 있었고, 나쁜 날도 있었다. 그런 나의 모든 소소한 일상과 배움을 기록한다. 여기에 기록된 모든 내용은 한 개인의 관점이고 의견이다. 내가 속한 조직과는 1도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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