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시간...

@codemaru · October 11, 2008 · 4 min read

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정말 재미 없다고 생각했던 과목이 국어였다. 훌륭한 지문을 골라놓고 신나게 한다는 소리는 "이 글의 주제는?" 내지는 "이 글을 쓴 화자의 심정은?"등과 같은 아주 멍청한 질문들이었기 때문이다. 더욱 더 참을 수 없는 것는 문단 별로 그 문단의 주제를 칠판에 적어주는 대로 빼곡히 받아적는 일이었다. 정말 멍청해 보였다. 난 늘 국어 선생님한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한글로 된 걸 보고도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요?"라고 말이다. 사실 참고서나 선생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의 92.3%는 지문의 내용을 고대로 다시 말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걔중에는 종종 한자어로 된 것들도 있었지만 무시할만한 수준이었다. 그런 6년이란 시간동안 내가 느낀 국어 교육의 느낌은 '완 전 쓸 모 없 다'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국어라는 과목을 잊고 산지 한참이란 시간이 지났다. 세상도 변했고, 나도 변했다. 국어 시간에 대한 나의 생각도 많이 변했다. 아니 180도 바뀌었다. 난 요즘 저런 무식한 방법의 국어 교육이 아주 심하게 많이 독하게 필요하다고 느낀다. "한글로 된 걸 보고도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요?"라는 질문은 정말 어처구니 없을만큼 멍청한 소리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 사람의 70%는 자신이 읽고 싶은대로 글을 읽고, 20%는 글쓴이가 그 글을 쓴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닳았다. 더 참담한 현실은 그런 90%의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이 매우 훌륭한 독자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정말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실을 바로 잡는 방법은 그 무식한 국어 시간을 두 배로 늘리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 같다.

필기도구라고는 연필밖에 모르는 철수에게 영희가 볼펜을 선물했다. 철수는 깎아 쓰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볼펜을 쓰레기통에 내던져 버렸다-이 예문의 행간을 읽지 못하는 난독증환자들은 대부분 영희가 볼펜을 선물하면서 사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중대한 결함으로 지적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치기어린 논쟁을 거듭하게 된다. 물론 글자를 읽을 줄 안다고 책까지 읽을 줄 아는 것이 아니라는 충언도 알아 듣지 못한다.

  • 이외수
@code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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