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먼저간 이의 발자취

@codemaru · February 19, 2008 · 7 min read

요즘 블로그에 신경을 너무 못썼네요.
사실 하루 하루에 신경을 못쓰고 사는 것 같습니다. ㅠㅠ
zextor님께서 친히 넘겨주신 바톤 릴레이에 대한 글입니다.
넘겨주신지 십만년은 된듯한데 이제사 글을 남기게 되는 군요... 흐흐흐~

최근 생각하는 책이란?
어려서는 책을 싫어했고, 조금 지나서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마르고 닳도록 읽었으며(교과서), 건방진 생각이 머리에서 피어날 때에는 없이 살아도 큰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정말 아트같은 한 권을 접하게 되면 그런 생각들이 다시 금새 꼬리내리곤 했죠. 요즘은 책이란 그냥 먼저 간 사람의 발자취란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 사람이 생각한 것. 그 사람이 고민한 것에 대한 그 사람의 의견을 적어 놓은 정도랄까요?

책이 주는 감동
아직 이것을 느껴보지 않으셨다면 정말 불행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좋은 책 한 권은 무한한 감동을 주죠. 저에게 처음으로 감동을 준 책은 아마도 어렸을 때 읽었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린 나이에 읽으면서 주구장창 펑펑 울었죠. 아마 제가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던 최초의 책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기술 서적들을 많이 읽었는데, 그런 책의 감동은 앞선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와는 사뭇 다르죠. 기술 서적에서 느껴지는 감동은 필자의 내공입니다. 같은 문제를 고민했는데 자신은 전혀 생각도 못했던 방법을 필자가 제시해줄 때의 통쾌함이죠. 꽉 막힌 속이 쏴악 내려가는 그 기분은 느껴 보신 분들만 알꺼예용 ㅋㅋ

직감적으로 다가온 책
안타깝게도 이런 종류의 책은 잘 없는것 같습니다. 저는 음식이나 책이나 실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주로 다른 사람의 평을 듣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딱히 그래도 고르라고 한다면 "C로 하드웨어 주무르기"란 책을 고르고 싶네요. 중학교때 친구 녀석의 책을 뺐어다 읽기 시작한 것인데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친구 녀석의 집에서 그 책을 발견한 순간 바로 가져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얼마전에 서점에서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정말 대단한 책이었습니다. 그 책의 수많은 예제를 테스트하면서 정말 많은 공부를 했죠. 물론 사실 그 때 배운 것들이 지금 큰 도움이 되진 않지만 그 시절 시스템 프로그래밍이란 것을 가르쳐 준 고마운 책이었던 것 갈습니다.

좋아하고 싶고 같이 독서하고픈 사람
음 아리따운 여성분이면 되지 않을까요? ㅎㅎ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읽고 눈물을 흘린 정도의 감수성, "연금술사"를 읽고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정도의 진지함,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는 정도의 괴팍함? "논어"정도를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지적인 면모를 갖추신 20대 이상의 XX 유전자를 가지신 분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죠.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웨어를 구독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좋을 것 같네요. 근데 그런 사람이 저랑 같이 독서하고 싶어할지는 의문입니다. ㅋㅋㅋ

세계에 책이 없다면?
아마 세상에 책이 없었다면 지금도 돌도끼를 다듬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지혜를 전해주는 마법과 같은 존재니까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증명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아직도 고려청자의 빛깔을 재현할 수 없다는 사실만 보아도 누군가의 고민이 전파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단축시켜 주는지 알 수 있습니다. 코드를 만드는 것도 똑같죠. codeproject나 devpia같은 사이트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아주 조악한 수준의 응용 프로그램들을 사용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전체적으로 지식이란 측면에 초점을 맞춘듯 보이지만 -- 제가 기술 서적을 주로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겠군요. -- 다른 어떤 장르보다 책이 가지는 예술적 가치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책보단 드라마나 영화가 재밌긴 하죠. ㅋ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 있던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란 문장이 생각나는 밤이군요. 보기보다 스칼렛은 강한 여자죠.

@codemaru
돌아보니 좋은 날도 있었고, 나쁜 날도 있었다. 그런 나의 모든 소소한 일상과 배움을 기록한다. 여기에 기록된 모든 내용은 한 개인의 관점이고 의견이다. 내가 속한 조직과는 1도 상관이 없다.
(C) 2001 YoungJin Shin, 0일째 운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