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가 된 청소부

@codemaru · October 26, 2007 · 5 min read

류시화님은 굉장히 유명하신 시인이시죠. 좋은 책을 많이 소개해 주시는 분으로도 유명합니다. 한 때 저는 그분을 굉장히 안좋게 생각했었는데 왜 그랬나 모르겠습니다. 더 웃긴건 제가 그 분 시집을 읽지도 않아보고 그런 비판을 했다는 것이죠. 아마 어렸을 적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 때문인 것 같은데 사람에게 선입견은 정말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침묵의 성자 바바하리다스의 글을 옮긴 것 입니다. 짧막한 동화같은 일곱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읽으면 하나같이 감동적인 이야기 입니다. 사소한 이야기 속에 삶과 죽음, 인생이란 것에 관한 깊이 있는 생각이 들어 있습니다. 책에서 발췌한 몇 가지 구절로 이 책에 대한 느낌을 대신합니다.

집 안에 갇힌 것이나 왕궁에 갇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느 곳에서나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망은 한결같다.
완전한 자유를 얻으려면 욕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나는 평화의 바다에서 마음을 쉬리라.

-- 성자 자반

생명의 본질은 절대적이며 어디에나 존재한다. 죽음은 형태의 변화에 불과하다. 인간, 동물, 식물의 세계, 광물의 세계 -- 모두가 살아 있다. 그들은 형태를 바꾸어 태어나고, 자라고, 썩고, 죽는다.

성자 한 사람이 숲속에서 살았다. 어느 날 다른 성자 한 사람이 찾아와서 그에게 바기바드 기타(힌두교의 성전) 한 권을 주었다. 성자는 날마다 그 책을 읽겠다고 작정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쥐들이 그 책을 쏠아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쥐를 쫓으려고 고양이를 키우기로 작정했다. 고양이를 키웠더니, 고양이에게 먹일 우유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그는 암소를 키웠다. 이제 그는 혼자서는 이 짐승들을 모두 돌볼 수가 없게되었고, 그래서 암소를 돌봐줄 여자를 구했다. 숲속에서 2년을 지내는 사이에 커다란 집과 아내, 두 아이, 고양이와 암소와 온갖 것들이 마련되었다. 그러자 성자는 이제 걱정이 되었다. 그는 혼자 살 때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이제 그는 절대자를 생각하는 대신에 아내오 아이들과 암소와 고양이를 생각한다. 그는 어쩌다가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는 한 권의 얄팍한 책이 이토록 커다란 세계를 만들어 냈다는 결론을 내렸다.

언젠가 라마크리슈나 파라마한사(19 세기에 인도의 뱅갈 지방에서 살았던 위대한 성자)가 말했다. "소금으로 된 인형이 바다의 깊이를 재겠다고 나섰지만 바다로 내려가는 동안에 녹아 없어졌다."

마지막 소금인형 이야기는 꽤나 유명하죠.
류시화님께서 그 이야기에 대한 느낌을 시로 만들었고,
그걸 다시 안치환님께서 노래로 불렀습니다.

아래는 안치환님의 소금인형이라는 노래의 동영상입니다.
녹음 상태가 별로 안좋은데 다른 파일을 찾질 못하겠네요. *^^*

@code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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