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codemaru · September 02, 2007 · 7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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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올 초에 글로벌 섬밋 갈 때 심심하면 읽을 생각으로 샀습니다. 그런데 전혀 그러지 못했죠. 수십 시간을 비행하는 동안 책을 읽을 줄 알았는데 책 읽기는커녕 잠만 잤습니다. 섬밋 다녀와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저의 기억 속에서 잠시 동안 사라져 있었습니다. 예전에 근무했던 회사 이름이 오디너스였습니다. 영어로 Odinus였는데, 북유럽 신화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라 하더군요. 그래서 북유럽 신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읽어본 결과 재미도 있고 나름 신선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북유럽 신화가 다른 신화에 비해서 굉장히 특이한 점은 신들이 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신이란 존재는 모든 걸 다 가지고 있고, 아무거나 할 수 있는 존재죠. 하지만 북유럽 신화 속 신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가 2% 부족한 존재이고, 또한 그들도 뭔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또한 북유럽 신화는 계약을 중시하기 때문에 신화 속에 나오는 거인, 신, 난쟁이들은 모두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여러모로 판타지 물하고 비슷한 점이 많죠.

이런 신화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두 가지를 들자면 오딘(Odin)과 프라야를 들 수 있습니다. 오딘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최고의 신입니다. 하지만 그는 애꾸눈이죠. 젊은 시절 지혜의 샘에서 샘물을 마시기 위해서 자신의 한 쪽 눈을 샘물을 마시는 대가로 지불하기 때문입니다. 프라야는 사랑을 뜻하는 여신인데, 그녀는 남편이 없습니다. 그래서 남편을 찾아 다닙니다. 한번은 남편을 찾다가 땅속 난쟁이들 마을에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난쟁이들이 만드는 보석을 보고는 자신에게도 보석을 만들어 달라고 하죠. 난쟁이들은 거절하다 아름다운 그녀의 미모에 반해서 4일 동안 자신들과 돌아가면서 하루씩 자주면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참 어처구니 없는 제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보석에 눈 먼 사랑의 여신 프라야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난쟁이들과 4일 밤을 보냅니다. 그리곤 아름다운 목걸이 브라징가멘을 얻죠.

책 내용을 읽으면서 가장 웃겼던 부분은 오딘이 죽음에 대해서 알려고 하는 장면입니다. 오딘은 죽음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양쪽 겨드랑이에 창을 꽃고 구일 동안 아그드라실 가지에 매달려 있습니다. 그 동안 죽음 저편을 경험하고는 가지에서 떨어졌다가 되살아 납니다. 웃긴 이야기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오딘은 이를 계기로 온갖 지식과 루네 문자에 통달합니다.  그가 익힌 열여덟 가지의 루네 문자 노래가 소개되는데 그 내용이 가관입니다. 루네 문자 노래는 "병든 이를 고치는 노래, 화살을 멈추게 하는 노래."같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근엄할 것 같은 노래 속에 여자와 관련된 노래가 무려 3개나 들어 있습니다. 그 내용은 더 기가 찹니다. 16번은 아름다운 처녀를 내 뜻대로 만드는 노래, 17번은 고운 여자가 나를 거부할 수 없게 하는 노래, 18번은 처녀나 유부녀 말고 나를 받아들여주는 여인 또는 누이에게만 들려주는 노래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의 관심사는 한결같죠.

책은 그림이 다수가 포함되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은 신화와 함께 작가 분의 해설이 곁들여 나오는데 종종 그 해설이 신화 내용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 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토르가 강을 건너다 거인의 오줌으로 애를 먹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 이후에 해설이 따라 나오면서 전혀 관련 없는 서정주의 "질마재 신화"에 나오는 시가 소개 됩니다. 그리곤 거인의 오줌발과 이 생원네 마누라님의 오줌발을 비교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오죠. 아마도 재미를 위해서 삽입한 것 같지만 저에겐 오히려 신화의 이해를 떨어뜨리는 장애물처럼 느껴지더군요. 한 이야기가 끝난 것도 아니고 중간에 끊고 이런 내용이 나오는 게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code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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