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도 무시하는 천재 테란: 이윤열

@codemaru · June 07, 2007 · 7 min read

현충일날 곰티비 스타리그에서 아주 재미난 경기를 보았습니다. SKT와 팬택의 프로리그 경기였는데, 2:2에서 에이스 결졍전까지 갔습니다. 에이스로 SKT에서는 저그 박태민 선수를, 팬택에서는 테란 이윤열 선수를 내보냈습니다.

싱겁게 이윤열이 이기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박태민 선수의 초반 저글링 러시로 이윤열 선수가 아주 곤혹을 치릅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이윤열 선수는 벙커 버그로 쌩고생을 합니다. 아주 느린 화면으로 보아야만 알 수 있습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말이죠. 프로게이머의 컨트롤이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었습니다. 0.2배속으로 봐도 꼼꼼히 보지 않으면 잘 모릅니다. ㅋㅋㅋ 버그의 진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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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의 빨간 동그라미 부분이 이윤열 선수가 컨트롤 중인 마린입니다. 저글링 때문에 벙커를 짓고 있죠. 완성을 시키고 그 마린은 벙커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놈 마린이 벙커속에서 총을 쏘질 않습니다. 케안습이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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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열 선수 당황하지 않고 SCV로 고치고 싸우면서 마린을 다시 빼서 벙커속에 집어 넣습니다. 그걸 본 박태민 선수의 저글링은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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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심이다 라고 생각하고 SCV는 미네랄로 고고씽합니다. 박태민 선수의 저글링은 그걸 보고 다시 달려들죠. 그런데 이게 왠일... 이놈의 마린은 또 총을 쏘질 않습니다. SCV 부랴부랴 뒤로 돌아서 벙커로 돌아옵니다. 오른쪽 위에 이런 긴박한 상황속에 새로 나온 마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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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V가 벙커에 붙을 즈음 새로 나온 마린은 벙커에 들어가려다 박태민 선수의 저글링 컨트롤에 들어가보지 못하고 비명횡사 합니다. 이윤열 선수의 SCV는 벙커 고치고 저글링 지지고 필사적으로 싸웁니다. SCV는 강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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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을 두들기던 저글링이 빠지자 이윤열 선수는 처음 마린을 벙커에서 빼서 다시 집어넣습니다. 그러자 이제서야 그 미친 마린이 총을 쏘길 시작하네요. 이 불꽃을 보기 위해 마린은 그렇게 벙커를 들락날락했나 봅니다.

막았지만 막은게 아닌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상대는 운영의 박태민 선수 아니겠습니까? 정말 이 당시 이윤열 선수의 상황은 답없음 이었습니다. 보통 S급 테란 선수들이라면 이 상황에서 울트라 수퍼 하이퍼 우주 방어 테란을 구사합니다. 오는거 막고 또 막고 또 막고... 베슬 모으고, 마린 모으고, 업그레이드 하고, 베슬 모으고, 그리곤 한방 러시를 가죠. 그런데 이것은 그렇게 하기에도 정말 너무 심각한 타격이었습니다. 앞마당 띄운 것도 아니고, 부서진 것도 아닌... 본진 안에서 극초반에 생 난리를 친 것이기 때문이죠. 다 부서진 서플.

하지만 괜히 천재가 아니죠. 이윤열 선수 마린 다 이끌고 생 마린 러시를 갑니다. 박태민 선수 진영에는 성큰 하나 완성, 두 개 변태 중인 상황이었죠. 마린은 도착했고, 메딕은 뒤에서 쫓아 오는 중. 메딕 기다리면 늦는 상황이었습니다. 안기다리고 들어가려니 좀 부담 스러운 상황이죠. 그런데 그 찰나. 정말 찰나 메딕 오기전, 변태 완료전 성큰 하나 부시면 메딕이 도착해서 힐해줄 정도 타이밍에 성큰을 일점사하면서 들어갑니다. 초 대박이었죠. 이후에 온 파벳 두 마리도 컨트롤로 저글링을 엄청 잡았습니다. 김창선 해설의 말대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그 러시로 이윤열 선수가 경기를 잡았습니다. 진짜 정말 아주 오랜만에 보는 아찔한 경기였습니다. 이런 역전승이 가장 재밌잖아요. ㅎㅎ

@code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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