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yourself.

@codemaru · May 02, 2007 · 11 min read

21세기는 개인 PR 시대라고들 합니다. 평생 직장이 없어졌고, 일인 기업이 생겼습니다. 그만큼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는 지식 사회의 필연적인 변화인지도 모릅니다. 과거 사회에서는 개인의 생산량이 노동 시간에 비례했지만 지식 사회에서는 개인의 창의성이나 능력에 절대적으로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듯이 요즘은 개인 브랜드 파워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의 브랜드 파워는 무엇일까요? 그건 기업의 브랜드 파워와 동일합니다. 라면은 농심, 초코파이는 오리온, 껌은 롯데 뭐 이런 것과 비슷한 거죠. 차이가 있다면 기업이름 대신에 사람 이름이 들어가는 거겠죠. 3D 프로그래밍 존 카맥, 파이썬 귀도 같은 식입니다. 개인의 브랜드 파워를 키운다는 건 사람들이 특정 분야를 생각할 때 자신의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겁니다. 아 그거... 그 사람이 전문가야... 라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겁니다.

이런 브랜드 파워에 대한 관심의 증가를 반영하듯이 요즘은 후배나 개발자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도 종종 이런 것들을 물어보곤 합니다. 어떻게 개인의 브랜드 파워를 키울 수 있습니까? 라는 것이죠. 그 동안 막연히 생각만 하다가 이기탁님의 "개발자의 개인 브랜드 파워 키우기에 대한 조그마한 생각"이란 글을 읽다가 느낀 점도 있고 해서 저도 조금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는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방법으론 크게 여섯 가지 정도가 있다고 봅니다. 접촉(contact), 커뮤니티(community), 글쓰기(writing), 말하기(speaking), 결과물(results), 인맥(personal network)이 그것입니다. 각각에 대해서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접촉은 일차적인 단계의 홍보 활동으로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입증시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대부분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접촉은 파급 효과는 낮지만 가장 중요한 활동입니다. 주변인에게 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외부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의 활동만을 왕성하게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은둔 고수라고 부르죠.

커뮤니티 활동이란 자신의 관심 분야 내지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싶은 분야의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질문 답변, 서신 교환, 해당 커뮤니티의 오프라인 활동 등 커뮤니티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이 포함됩니다. 그 커뮤니티는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장소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능력을 입증받는 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결국 사람이 재산이기 때문이죠.

글쓰기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글을 지속적으로 작성하는 일을 말합니다. 블로그에 글을 포스팅 한다거나, 잡지에 기고를 한다거나, 책을 쓴다거나, FAQ를 만든다거나 하는 행동들이 다 이 과정에 포함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문서를 만드는 행위죠. 문서는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읽혀지고 그 가치가 입증될 경우 원 저작자의 브랜드 파워도 같이 증가합니다.

말하기는 글쓰기 보다 좀 더 직접적인 홍보 활동입니다.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지식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입니다. 세미나나 특강이 대표적인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이 글쓰기 보다는 직접적인 이유는 듣는 사람들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는 대상 독자를 정하긴 하지만 어떤 사람들이 읽을지는 모르는 일이죠.

결과물은 가장 힘든 형태의 홍보 활동입니다. 특정 분야에 독보적인 지식 내지는 경험을 가진 경우에 할 수 있는 일이죠. 간단하게 말하면 보통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해내는 경우라 생각하면 됩니다. 해외의 존 카맥, 국내의 양병규님이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존 카맥은 3D 프로그래밍으로, 양병규님은 빵집 개발자로 유명하죠. 이것이 가장 힘든 단계의 홍보 활동이라는 이유는 보통의 경우 독보적인 일을 하기가 힘들고, 그 독보적인 행위가 대중성을 띄지 못할 경우 돌아오는 브랜드 파워는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사람들이 3D에 관심이 없다면 우리가 존 카맥을 이렇게 잘 알진 못하겠죠.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사람과 관련됩니다. 사람이 빠지면 아무것도 아니죠. 따라서 인맥은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어쩌면 최고의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손영수님께서도 그 날 제일 무서운 게 호형호제하는 단계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 인맥도 단순히 사람을 많이 알고 있다라는 양적인 개념의 접근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보다는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하는 질적인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더 좋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인맥을 형성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들만의 리그에 끼는 것입니다. 어느 분야, 어떤 집단에 가더라도 일부 계층의 사람들이 모이는 집단, 클럽이 있기 마련이죠.

아마 이쯤 되면 여러분들은 개인 홈페이지를 홍보하는 일이나 자신을 홍보하는 일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꼈을 겁니다. 결국은 홍보 대상의 가시성(visibility)를 높이는 것이 전부입니다. 가시성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것도 당연히 개인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자신의 능력을 높이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입니다. 홍보 가치 없이 홍보 활동에만 집중하는 것은 속 빈 강정을 파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속았다는 생각을 가졌을 때 가장 큰 배신감을 느낍니다. 따라서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일은 0순위로 포함시켜야 할 것 입니다.

여섯 가지 방법 중에 가장 좋은 방법이 뭐냐? 라고 물으신다면 모두 병행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실제로 가장 빨리, 가장 많이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보통의 경우는 한,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기도 힘듭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한, 두 가지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건 그 때 그 때 다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성향이 다르고, 자신만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생각했을 때 자신의 스타일과 가장 잘 부합하는 방법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좋습니다.

@code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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