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의 신화가 된 남자, 존 카맥

@codemaru · November 23, 2006 · 7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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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는 형들과 술 자리에서 존 카맥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존 카맥. 아마 프로그래머라면 그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 분야의 천재 프로그래머이자, 둠, 퀘이크 등의 개발로 유명한 스타 개발자이기도 하다. 나 또한 그의 이야기는 예전부터 많이 들었었다. 특히나 프로그래밍 공부를 한참 열심히 했던 중학교 시절엔가 그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았었다. "하루라도 코딩을 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힌다"라는 말이었다. 그렇게 그는 나에게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오래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읽어보진 않았던 책 둠에 관한 추천을 받게 되었다. 요즘 다소 흐지부지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터라 마음도 다잡을 겸 겸사겸사 해서 사서 보게 되었다. 책 내용은 대 만족이었다. 너무 빼곡히 글들로만 도배되어 있어서 처음엔 진도가 나가지 않았으나, 몰입한 다음 부터는 꽤나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었다.

전체 줄거리는 존 카맥과 존 로메로라는 두 명의 인물의 삶과 이드(id)라는 회사에 관한 이야기로 압축된다. 그러나 그 복잡한 과정에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종종 누가 누구였는지 방황하기도 한다. 만화책 처럼 인물 소개가 첫 페이지에 있었으면 읽는데 정말 편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맥은 자신이 보통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소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별세계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어떤 일에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사무실 내의 역학 관계, 단란한 시간, MTV, 어떤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세계는 <퀘이크>였다. 그의 낮 시간은 <퀘이크>였고 그의 밤 시간도 <퀘이크>였고 그의 삶 역시 그랬다. 밤 시간을 꼬박 일에 바치는 그는 한 주에 80시간을 일하는 것도 우스웠다. 식구들은 카맥이 들어와 냉장고에서 다이어트 코크를 집어 들고 곧장 자기 방으로 가 버리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다. 그것 말고 그들이 볼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이따금씩 피자 배달원이 그의 방문을 두드릴 때 문을 열어 주는 정도였다.

위 문단은 카맥의 지크(geek)한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책의 내용을 통해서 그는 시종일관 프로그래밍 외에는 어떠한 일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마지막에 로켓 제작에 약간의 관심을 보이는 것을 제외하면. 물론 페라리 개조에도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 존 로메로와 존 카맥의 결정적인 차이는 그들이 성공한 이후에 나타난다. 존 카맥은 성공한 이후에도 프로그래밍만 했고 그 이전과 달라진게 없었다. 하지만 로메로는 스타가 되길 원했고 그 과정에서 이드를 떠나고 실패를 겪는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카맥을 가장 존경하게 된 한 가지 점은 바로 그것이었다. 자기가 잘 하는 일만 했다는 것이었다. 잘나가던 개발자가 허울 좋은 CEO로 망가지게 되는 경우는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카맥은 거창한 수사 같은 것은 혐오했지만, 다그쳐 물으면 적어도 나름대로 한 가지 의견을 피력하곤 했다. "정보화 시대에 장벽이란 없다. 장벽은 자기가 만드는 것이다. 새롭고 원대한 것을 계획하고 개발하는 데 수백만 달러의 자본이 필요치 않다. 냉장고에 채울 피자와 다이어트 코크, 작업에 쓸 값싼 PC, 그리고 해내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우리는 바닥에서도 잤다. 물이 불은 강도 걸어서 건넜다."

책 속에서 내가 가장 감명 깊에 읽었던 문장이었다. 어쩌면 지금 나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좋은 문장이 되기도 했다. 대단한 것을 개발하는데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 카맥만큼 대단한 것을 개발하지도, 많은 것을 만들지도,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지도 않았으면서 난 다른 것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닐까?? 하는 ㅋㅋ-~ 프로그래머는 컴퓨터 앞에서 코드를 작성할 때 가장 아름답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금 알게 해 준 책이었다.

아래는 위키피디아에 소개된 존 카맥과 관련된 링크다.

http://en.wikipedia.org/wiki/John_Carm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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