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codemaru · March 28, 2006 · 7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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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 팔아서 세계 일주를 한 사람으로 유명한 한비야씨의 책이다. 그런데 사실 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잘 몰랐다. 예전에 서점에서 그녀가 저술한 책을 몇번 훑어 보기는 했지만 그다지 마음이 가지 않아서 사지 않았었다. 이 책을 읽게 되는 계기는 무척 단순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에 한날 이 책의 한 구절이 소개 되었고 그 구절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너무도 단순한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소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늘도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

  •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중에서 -

별로 두껍지 않은 분량에, 에세이 형식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다. 문체도 지루하게 적혀있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음에도 내가 이 책을 읽는데는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부터 월드비전을 소개하는 부분까지는 금방 읽어으나 그 다음부터는 잘 읽어지지 않았다. 이유는 나도 알 수 없다. 하여튼 그 다음 부분은 화장실에서 틈틈히 보는 걸로 다 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이 책이 소개하는 전체 내용은 한비야씨의 긴급 구호 요원으로써의 활동하면서 느낀점과 현장을 소개하는 글이다. 책이 잘 써졌다고 느낄수 있는 점은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뭔가 기부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그 정도로 그녀의 문체에 힘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나에게 딸이 셋 있습니다." 부분이다. 월드 비전에서 하는 해외 아동 후원에 대해서 소개하는 내용이다. 해외 아동 후원이란 월 이만원씩의 기부금으로 해외 아동이 학교를 다니고, 그 가정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후원 프로그램의 특징은 자신이 누구를 돕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단돈 이만원으로 그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다음으로 인상 깊은 부분은 "세계의 화약고" 부분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문제에 관해서 한비야씨가 보고 느낀점을 기록한 부분이다. 이 부분이 인상 깊었던 점은 기존에 언론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문제의 근원이 잘못됐음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존 매체들이 이스라엘 편에서 문제를 다뤘다면, 한비야씨는 팔레스타인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사실 난 이 문제에 대해서 정확한 지정학적 견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누구의 잘못인지 내지는 뭐가 잘못된것인지 판단할 순 없다. 하지만 한비야씨가 소개한 내용을 보았을땐 이스라엘 측의 잘못이 좀 더 많다고 느꼈다.

종종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야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웃긴것은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것을 가졌을땐 더 많이 가진 사람을 쳐다본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낀 가장 큰 점은 우리의 작은 도움 하나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세계에는 너무도 많다는 것이었다. 밥먹을때 밥을 남기는 녀석들에게 매번 장난스럽게 하는 말이 있다. "니가 남긴 그 음식이면 소말리아에선 한달을 먹는다고... ..." 그런데 그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몇해전 KBS에서 방영한 "1달러의 삶"이란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하루 1달러를 가지고 삶을 연명하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나온다. 단지 1달러가 없어서 굶어야 하는 사람들. 그들은 어떠한 잘못도 하지 않았다. 단지 좋지 않은 환경을 가진 나라에서 좋지 않은 상황에 태어났다는 것 뿐. 그들에겐 어떠한 선택권도 없었다. 그때도 그러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꼭 저런 사람을 도와줘야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한 생각은 더 이상 나중에 돈을 많이 벌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단지 한달에 이만원으로도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프로그램에 대해서 알게 된 것 만으르도 난 이 책이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code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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